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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Dec 30. 2022

잘 키운 거 축하해요

교직 22년 차. 지난 21년 동안은 졸업식에 교사로 참석해 왔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내 아이가 졸업을 해서 교사가 아닌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 참석다.


아이를 데려다주러 학교로 가는 길. 학교에 도착하면 연락해달라는 동생보다 더 동생 같은 학교 후배의 연락이 왔다. 도착해서 연락하니 후배가 꽃을 들고 와서 내게 건넨다. 졸업식에서 아이에게 전해달란다. 예쁜 을 한가득 보니 내 마음도 예뻐지는 것 같다.

"정말 고마워." 아이와 단 둘이 축하하게 될 자리가 후배의 축하 에 조금 더 채워지는 것 같아 따뜻했다.

"언니! 하나는 언니 거요." 꽃을 보는데 후배가 옆에서 한마디를 더한다.

" 키운 거 축하해요"

후배가 내미는 꽃다발을 받아 드는데 가슴에 품고 있던 뜨거운 돌덩이가 목구멍을 막는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싶다.


아이의 초등학교 시절을 되감기 해보면 늘 아이의 웃음뒤에는 내가 삼킨 눈물의 순간들도 많았다. 아이가 10살이 되던 해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쉽게도 놓아버리고 사라져 버린 아이 아빠를 대신해 홀로 아이를 키우며 늘 아이에게 그늘이 질까 봐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무너지고 싶을 때마다 억지로라도 아이에게는 웃음을 보여왔고, 아이를 한번 더 안아주려고 노력했다. 아이 앞에서 눈물이 올라오는 순간에는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삼켰다. 난 아이 앞에서는 항상 씩씩하고 행복한 엄마로 보이고 싶었다.


애씀에 대한 보답처럼 아이는 건강하고 마음 따뜻한 아이로 자라주었다. 세상 제일 까칠하다는 6학년이 되어서도 내게 글을 쓸 수밖에 없는 다정한 추억들을 80번이나 선물해 주었다. 6학년이 되고 엄마가 그리 행복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보다 더 가슴 아파했던 아이. 아빠를 다시 만나게 된다며 자기가 주먹으로 한 대 세게 때릴 거라며 을 들어준다.

제는 나보다 키도 커진 아이가 여전히 "엄마 안아줘" 하면서 안길 때는 아이가 어릴 적 내 품에서 느꼈을 듯한 포근함 생각해보게 된다. 


중학생이 되어 인생의 다른 챕터를 시작하는 아이의 일상이 무탈하기를, 그런 무탈한 하루 속의 아이의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 있기를 바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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