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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an 07. 2023

사교육 초짜 엄마의 진입기

#2022-6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일주일이 지나간다. 이제 중학생이 다는 사실을 그 일주일 사이에 두 번 진하게 느꼈다. 하나는 아이의 교복을 맞추러 간 날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이의 학원생활이다. 중학교 생활은 아직 하지도 않았는데 초등과 중등 이의  학원생활 간극이 너무 커 아이보다 내가 더 정신없는 일주일을 낯설게 보냈다. 14살 지구인 이야기는 어쩌면 중학생 학부모가 된 엄마의 어설픈 적응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초등학교 시절 사교육을 거의 하지 않았다. 내가 퇴근할 때까지 운동장에서 놀다가 같이 퇴근했다. 놀이만큼은 혼자서도 나뭇가지, 돌멩이 하나만 있어도 재밌게 놀았던 아이라 가능했다. 문제는 6학년이 되니 학교운동장에 친구들이 아무도 없어 심심해 보였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까 담임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내게 말을 먼저 내셨다.

"교 후에 운동장에서 배회하는 것 같아요."

"학원을 안 다녀요. 제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느라.." 괜히 말끝을 흐리게 된다. 그날 교무실 창밖으로 아이를 찾아봤다. 담임 선생님 말씀처럼 아이는 운동장 주변을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학원 다녀볼래?" 내 말에 아이는 작은 눈이 한껏 커진다.

"교 끝나고 혼자 심심해 보여서."

"친구들이 다 학원 가긴 해." 곰곰이 생각해보던 아이는 학원을 다녀보겠다고 했다. 학교가 학구열이 높지 않은 곳이다 보니 학원이 거의 없다. 선택이랄 것도 없이 학교 후문 바로 앞 학원을 다니기로 했고 그렇게 방과 후 시간에 보습학원에서 하루 한 시간씩 공부했다.


중학생이 되어 영어 수학 학원을 알아보니 일단 시간과 수강료가 두 배고, 이사 갈 집 근처에는 학원이 정말 많았다. 1km 도로변을 따라 양쪽에는 각종 학원들이 가득다. 학원을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고, 다니겠다고 다닐 수도 없고 테스트를 거쳐 수준에 맞는 반에 들어가야 했다. 그 수준이라는 것도 6학년에서 공부한 내용이 아니라 아이의 선행 수준을 확인하는 테스트였다. 영어인 경우는 중학교 1~3학년 정규 교과 수준을 담고 결과에 따라 중1~3학년 반으로 나누어 예비중학생들을 배정한단다. 든 게 낯 사교육 진입다.


겨우 학원을 정하고 이번 주부터 시작했는데 아이가 놀라운 이야기를 해줬다.

"엄마 교실이 방음벽이고, 채점선생님이 따로 있어." 적당한 소음이 있던 동네 보습학원과 달랐나 보다 했는데 채점선생님은 무엇이란 말인가! 숙제가 많은데 숙제 확인은 수업 전 채점선생님께 가서 확인을 받고 수업에 간다고 했다.

"학교에도 채점선생님이 있으면 좋겠는 걸?"


아이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주일 수업이 나면 주 테스트가 있단다. 일주일 동안 배운 내용을 확인하고 모르면 남아서 다시 풀고 가야 한다고 했다. 어제 주 테스트를 받고 온 아이는 또 놀라운 소식을 전해줬다.

"엄마 테스트 선생님이 따로 있는데 가면 컴퓨터에 그날 테스트 일정이 쫘악 떠 있어."

테스트 선생님이라니. 사교육 시스템은 공교육과 달라도 많이 달랐다.


아이는 생각보다 학원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 같은데 엄마인 게는 모든 게 너무 낯설고 어색하다. 숙제의 양도 너무 많고 배우는 수준도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배우는 내용이라기엔 난이도 차이가 심하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사교육 없이 잘 성취한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개인적인 노력 없이 중학생이 되었을 때 느낄 어지러움 생각해보게 된다. 순도 100프로의 사교육 초짜인 마는 아이의 학원생활을 지켜보는데 자꾸만 생각이 많아진다. 모두 한 방향을 향해 뛰는 치열한 레이스가 내게는 아직 불편하기만 하다. 다른 목표는 인정되지 않는 입시 전쟁에 진입하니 아이가 이제야 걱정되기 시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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