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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Feb 05. 2023

별 희한한 일에 화내

며칠 전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던 선생님들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그 사이에 학교가 어떻게 변했는지 묻고 답하고, 마음에 품어 두었던 안 좋은 일들의 켜켜이 쌓인 먼지도 털어냈다. 일상을 묻고 답하고, 못 나눈 이야기를 나누다가 주제가 자녀 교육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분 선생님의 아이가 이번에 카이스트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 합격했다는 희소식을 전했기 때문이다. 이미 합격 소식은 건너 들어 알고 있던 나지만 앞에서 축하해드리고 싶었는데 마침 그럴 기회가 다. 실제로 선생님들 자녀분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할 만큼 잘 키우시는 분들이 많으시다.


"공부도 공부지만 정서적으로 잘해줘야 돼." 우리의 축하를 받던 선생님이 말했다.

"정서적이요? 그런 거는 저 잘해요."라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말했는데 선생님의 얼굴은 짐짓 진지했다.

"별 희한한 일에 화내." 아이가 입시를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말 그대로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에 예측 불가하게 화낼 때가 있다고 하셨다. 그런 일들에 잘 대처하고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을 해줘야 한다는 말이었다. 거기서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서 아이의 스트레스 관리 능력이 달라진다는 말로 들렸다. 그 말을 들으니 아이도 고생을 했겠지만 부모인 선생님도 많이 애쓰셨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별 희한한 일에 화낸다는 말. 아마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십분 이해가 될 것이다. 예비 중 1인 내 아이만 하더라도 평상시에는 천사인가 싶다가도 느닷없이 소위 성질을 부릴 때가 있다. 이럴 때는 그냥 엄마 모드가 아닌 친구 모드로 바꿔야 한다. 엄마 모드로 '왜 화내느냐?' '뭐 그런 일로 화내느냐 하는 순간' 아이와 엄마 사이에 싸움이 생겨버린다. 그 싸움은 서로의 마음에 잔흠집을 많이 남긴다. 아이가 별 희한한 일에 화내는 순간 내 말은 잠깐 삼켜야 한다. 즉문즉답으로 아이와 말을 주고받아서는 안된다. 아이가 숨고를 시간을, 내 마음이 아이를 품을 수 있는 시간을 잠시 만들어야 한다.


별 희한한 일에 화내는 일은 아마 내 아이에게도 점점 많아질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바라는 일은 그 별 희한한 일들에 화내는 아이를 보며 별 희한하게 품어주는 엄마일 것이다.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사랑을 받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렇다면 부모가 이 세상에 있는 이유는 어쩌면 그 사랑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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