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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Feb 16. 2023

지금 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14살 지구인 이야기(1)

아이가 좋아하는 농구클럽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평소보다 재밌었는지 신이 나하는 아이는 땀을 닦으며 건네준 생수 한 병을 벌컥 들이마신다. 별일 없이 무탈한 하루인 것 같아 어쩐지 행복하다는 느낌이 . 그래서였을까.

"우리 앞으로 더 행복할 수 있겠지?"

운전을 하다가 감탄사처럼 입에서 말이 졌다.

"그건 어렵지 않을까?"

아이가 조금의 망설임 없이 말했다. 평소 장난기 많고 긍정적인 아이의 대답이라고 하기엔 무언가 힘 빠진 느낌이 들고 혹시나 아이에게 고민이 있나 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

"중학생 돼서 학교랑 학원에서 에너지를 다 쓰고 나서 엄마를 만나면 이야기할 힘도 없으니 지금보다 행복할 순 없지 않을까?"


아이의 대답을 들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중학생이 되는 아이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긴 것 같다. 영어와 수학 학원 두 개를 다니는데 내가 봐도 숙제도 많고 내용도 초등학교에 비해 어렵다. 지금이야 방학이니 늦잠도 자고 일어나서 놀다가 숙제하고 학원을 가지만 개학을 하면 쳇바퀴 도는 하루가 될 것 같다. 학교가 끝나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학원을 가서 8시나 9시경 돌아오면 숙제를 하고 자야 한다. 매일 하나씩 수업을 들으니 매일 숙제가 생길 것이고 학교 숙제나 할 일이 더해지면 더 꽉 차버린 하루가 될 것 같다. 운전을 하다가  아이를 보니 그 사이에 영어 단어책을  꺼내 외우고 있다.


어쩌면 중학생이 되고 아이들이 방문을 닫고 말을 안 하는 건 호르몬에 패배해서가 아니라 하루치의 에너지를 다 써버려서 지친 몸을 쉬고 싶다는 표현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에너지를 다 쏟아버리는 하루. 아이는 그 안에서 어떻게 일상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안에도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있음을 아이도 알 수 있게 되기를 보지만 그건 내가 해줄 수 없는 일이다. 엄마인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아이의 하루 끝은 편안하길, 적어도 자신이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게 꽉 한번 안아주는 일 그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오기 30분 전이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아이가 좋아할 만한 간식을 준비해 본다. 달달한 간식이 아이의 마음을 조금 편안하게 해 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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