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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un 26. 2023

가끔 필요한 엄마

중학생 학부모 1년 차. 내가 관찰해 본 바에 따르면 아이의 중학교 생활은 가끔 행복하고 가끔 힘들고 자주 짜증 난다. 커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임을 알기에 그저 바라보는 것 밖에는 할 게 없다. 특히 아이의 아침은 대체로 예민하고 여유롭지 않다. 정말 겨우 일어나서 간단하게 무언가를 먹고 샤워를 하고 학교로 간다. 그 과정에서 오늘따라 머리가 떠 보인다던가, 가져가야 할 학습지가 안보이거나 하는 날이면 혼잣말이지만 말속에 온통 짜증이 묻어난다. 아침에는 그래서 더욱 거리를 둔다. 섣부르게 내가 기분 좋다고 장난을 치거나, 도우려 들다가는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기 일쑤다. 아이가 그렇게 등교를 하면 간단한 집정리를 하고 집을 나선다. 늘 나보다 먼저 집에 돌아오는 아이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고 싶어 집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출근을 한다. 그래서 아이가 먼저 떠난 뒤가 제일 바쁘다.


학교에 가면서 아이는 늘 내게 "다녀올게!" 하고 먼저 문을 나선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엄마 나랑 같이 나갈래?" 집정리 할 생각에 바쁘던 머리는 순간 열리지 않는 인터넷 화면처럼 하얗게 된다. 

"엄마는 정리하고 가려고 하는데?" 나가봐야 엘리베이터 같이 타는 게 전부일 거라 나중에 간다고 대답을 했다. 내 대답에 아이는 그런가 보다 하며 신발끈을 고쳐 맨다. 그렇게 몸을 일으키던 아이가 무슨 생각인지 자리에 멈춰 서서 말했다.

"엄마 그냥 나랑 같이 나가자." 아이가 수줍은 고백을 하는 느낌마저 들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마음이 녹아내린 나는 좋아라 가방을 메고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급하게 챙기는 내게 "엄마, 빨리해!"라는 말이 들릴 줄 알았는데 아이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어 보다.


집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는 나보다 한 뼘이나 키가 커진 아이를 곁눈질로 보니 제법 듬직하다. 이 시간에 나갔으면 작년까지는 지각이었을 거다, 오랜만에 같이 집에서 나와본다 등등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와 아침 수다를 떤다. 아파트 복도에 아이와 내 웃음이 가득해지고 공기는 가벼워진다.  아이는 1층에서 내리고, 나는 지하에 있는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그 찰나의 순간에 아이와 나눈 대화에 출근길 마음이 볍다.


아이가 초등학교 때는 매일 같이 출근을 했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니 같이 갈 일이 없다. 학교도 방향이 다르고 아이가 부모인 내가 동행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예전에는 그렇게 손을 꼭 잡고 잘도 다녀주더니 이제는 카페에 같이 가자고만 해도 꼭 오늘 가야겠냐, 꼭 나랑 가야겠냐, 이모랑 가면 안 되냐는 등의 문장이 따라온다. 늘은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몰라도 아이에겐 내가 필요한 침이였던 것 같다.

앞서 쓴 문장을 바꿔봐야겠다. 아이의 중학교 생활은 가끔 행복하고 가끔 힘들고 가 엄마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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