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밥을 아시나요? 우리는 노란 색감으로 칠해진 잽카페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어제는 배가 고프지 않다고 숙소에 있겠다고 하는 동생을 내버려 두고 혼자서 저녁을 먹으러 숙소에 나왔다. 시골 마을처럼 새소리가 들리고 나무가 푸릇하고 비가 내린 직후라 풀냄새가 나는 조용한 거리를 걸으면서 이 느낌 어디선가 경험했는데 언제였지? 생각을 했다.
그렇게 비가 쏟아졌는데도 물 웅덩이가 거의 없는 시골길에는 가끔 지나가는 차를 제외하고는 거의 혼자였다. 남의 집 정원도 슬쩍 구경하고 요가원 간판에 있는 큐알을 검색해서 수업 시간도 확인했다. 오전에 요가를 하고 싶었지만 내일은 수업이 없어서 숙소를 떠나는 마지막 날에 아침 9시 수업을 예약했다. 운동을 하고 부지런히 움직이면 정해진 11시에 딱 맞추어 체크아웃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완벽한 계획을 세우며 숙소에서 도보 13분 거리에 있는 식당을 향해 걸어갔다.
비가 와서 더 초록초록한 나무가 보이는 거리를 지나가면서 여기 정말 김포 같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부터 가까이 살던 사촌네가 서울에서 김포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종종 다 같이 김포에서 외식을 했다. 큰 도로 옆에 널찍한 부지에 세워진 중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제일 가까운 카페에 가기 위해 풀이 무성한 길을 걸었던 그곳과 비슷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서울과 멀어진 김포로 잠시 터전을 옮겼던 사촌네가 인천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 간다는 소식을 들었던 날이 떠오르는 거리였다. 빠르게 지나가는 차소리를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 끝에 어느새 Hello Solao 식당에 도착했다.
어색한 손짓으로 혼자임을 직원에게 말했다.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 문 앞에 있는 4인용 테이블에 앉아서 체르니 40 크기의 메뉴판을 훑어봤다. 가족과 외식을 하러 온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서 큰 테이블을 쓰고 있으니 공간이 넓어 보였다. 추천 메뉴에 큰 글씨로 적혀 있는 현지 언어와 그 밑에 적힌 Beef soup를 시켰다. 맞는 조합인지 모를 음식에 아메리카노까지 주문했다. 역시 밥과 아메리카노는 이상한 조합이었고, 점점 녹아가는 얼음에 물이 맺혀갔다. 애매한 부족함에 망고 허니브래드를 더 시켜 먹고 나와보니 노을이 지는 저녁시간으로 바뀌었다. 혼자서 1시간 넘게 천천히 즐겼던 혼밥은 망고에 찹쌀밥처럼 이상한 듯 어울리는 듯 오묘하고 재밌었다.
먼 거리로 느껴졌던 숙소까지 거리는 생각보다 짧은 거리였다. 갈 때는 왜 멀게 느껴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