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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글이 May 13. 2024

낯선 곳으로 떠나면 새로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착각

   커피를 매일 마셔서일까? 평소와 다른 침대여서 못 자는 걸까? 치앙마이에 온 이후로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계속 새벽에 깨고 선잠에 들어 이상한 꿈을 꾸고 스쳐 지나간 사람들이 꿈에서 나오는 이상한 밤이었다.

  연결고리가 크지 않아 가볍게 지나갔던 기억 사이에 남아 있는 작은 아쉬움이 마음속 깊은 곳에 의문으로 남아 있었나 보다. 시작부터 끝까지 완전한 끝맺음을 낸 이야기에는 더 이상 여백이 없는 것처럼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건 더 빠르게 잊히고 지워졌다.


  오늘도 해가 뜨려고 하는 어둑한 새벽에 깼다. 레이스 커튼 사이에 희미하게 그림자가 지는 창문은 말한다. 여기는 낯선 곳, 익숙하지 않은 침대, 그렇지만 내가 꿈꾸는 숲 속 같은 정원이 있는 아기자기한 아지트, 도마뱀이 출몰하는 신비한 숲 속의 공간, 그곳에 기어 다니는 작은 개미들과 벌레들 그 사이에 노란 이불을 덮고 잠을 자고 계속 꿈을 꾸었다.     


  방울 달린 고양이가 찾아와 인사를 했다. 재채기와 간지러움으로 벅벅 긁어버리는 너와 나의 거리에 밤이 찾아왔다. 우리는 서로를 반가워했지만 절대 가까이 살 수 없는 스쳐 지나갈 인연이었다. 꽁꽁 닫아버린 나무 문을 열고 잠들지 않은 채 깨어있는 눈을 쳐다봤다. 놀라지도 도망가지도 않는 너를 보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고 경계심이 없는 고양이가 되었구나 싶었다.      


  좋아했던 감정은 전부 다 허상이었을까.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너를 유인해 마당으로 데리고 나왔다. 아침 햇살이 뜨거운 여름 같은 날씨에 잠깐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거친 질감이 느껴지는 나무 의자에는 내가 있었고 그 옆에 네가 있었다. 경계 사이를 돌고 있는 고양아! 예전에도 문 사이로 너를 외면했고 이번에도 작별인사를 보냈다. 

  언제쯤 낯선 곳에서도 편히 잘 수 있는 어른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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