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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3

by 동글이


잔잔한 호수 위에 안개가 천천히 흘러가는 깊고 파란 새벽에 가만히 낚시를 하는 남자가 있다. 청바지에 청모자 그리고 두꺼운 패딩을 입고 고요하게 입질이 오기를 기다리는 그는 담배를 꺼내 깊은 입김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바람과 새소리가 이곳에 남겨진 생명의 징표, 아직 죽지 않은 물고기가 고무 양동이에서 파닥파닥 움직이고 있다. 여기는 경계선에서 만들어진 숲으로 누가 언제 왔는지 알 수 없게 흔적을 계속 지운다. 그가 던진 담배는 바닥에 닿기 전에 재가 되어 사라졌고, 숨소리는 고요하다 못해 점점 작아지고 있다.

흔들리는 낚싯줄과 마지막으로 열심히 움직이는 물고기의 물장구가 조화롭게 박자가 되어 이곳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파닥파닥 점점 줄어드는 소리와 능숙하게 낚싯대를 들어 올려 물고기를 낚는 그의 움직임은 여기가 아직 삶의 경계선임을 알려준다. 물고기를 잡은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또다시 다음 입질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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