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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

아침감성

by 서도운

자연인


이른 새벽. 숲이 나를 삼킨다. 고요하다. 하지만 풀벌레와 새의 소리가 가끔, 날카롭게 공간을 가른다.

해는 수평선에 걸려 숲을 어둡고 은은하게 태웠다. 하지만 여긴, 불이 아닌 생명의 불꽃으로 나무들이 타오르고 있었다.


타오르지만, 타지 않는 숲. 살아 있으면서도 연기를 피워내는 나무들. 그 연기는 하얀 안개가 되어 내 주변을 가득 매웠다..


나뭇잎마다 이슬이 맺힌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숨이 목 깊숙이 차오른다. 차갑고 청량한, 푸르른 기운이 입안 가득 번진다.


으스스하다. 이 숲은 살아 있다. 그 지극히 자연적인 살아 있음이 분위기로 나를 위협한다.


홀로 있던 나는 긴장했다. 하지만, 그 두려움 속에서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온몸이 감각으로 가득 찬다.


길가에 오래된 나무의자가 있다. 이끼가 자리를 잡은 의자. 누군가의 손이 만들었을 의자가 이제는 숲의 일부처럼 보인다.


나는 앉는다. 숨을 고른다. 안개가 내 팔과 어깨를 적신다. 이슬이 내 눈썹에 맺힌다.


나는 이 자리에,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다. 숨 쉬는 숲 안에서 숨 쉬는 나.


점점, 구분이 흐려진다. 나도 이끼가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하나의 자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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