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한』
내 발등 위로
묻힌 이름의 입김이 스며든다
바람은 말 대신 등을 눌렀고
따뜻하다는 말은
언제부터 이토록 낯설었을까
내 안엔
삼켜진 말들이 눌려 있다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다만, 그 멈춘 자리에
응어리가 피처럼 번져들었다
그렇게 모였다
누구의 어머니, 누구의 형제,
누구의 사랑이었던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감춘 채
서로의 그림자가 되었다
그들의 피와 땀은
시간 위에 주름이 되었고
그 주름을 따라 걸은 우리는
서로를 알아보았고
한 줄기 숨결로 뭉쳐
길이 되었다
우리는
각자의 상처로 하나가 되었다
부서진 믿음 위에
차갑게 굳은 마음들이
우리의 집이 되었다
오늘
그들이 남긴 숨결을
울음을 삼킨 마음들을
흩어지지 않게 모아
다시 한 줄기의 정서로
우리의 피에 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