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은 고요하고, 관계는 폭풍이다
셰이퍼 음악학교.
드럼 소리가 복도를 타고 퍼진다.
앤드류는 제법 잘 친다. 음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리듬을 매만진다.
하지만 이곳에서 ‘제법’이라는 말은 칭찬이 아닌 모욕에 가깝다.
여긴 세계 최고의 음악 명문. 그 안에서도 가장 치열하고 고독한 공간—재즈의 무대다.
앤드류가 처음 플레처를 만난 순간도 그 긴장 속에서 이뤄진다.
그는 연습에 몰두한 채, 누군가 다가오는 것도 느끼지 못한다.
플레처는 아무런 감정 없이 그를 본다.
그리고 아무런 예고 없이, 통제를 시작한다.
칭찬도, 설명도 없다.
대신 정확한 지시와 말없는 침묵.
그 짧은 장면만으로도 우리는 이 관계가 얼마나 비정상적인 권력의 축으로 기울어져 있는지를 직감한다.
앤드류는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아니, 들려야 한다.
앤드류는 팝콘에 초코볼을 섞는다.
사실 그는 초코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별다른 표정 없이 넣는다.
자신의 취향보다, 그냥 그렇게 먹는 사람이 있으니
자기도 그래야 할 것처럼.
이는 앤드류의 수동적이고 회피형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굳이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는 타인의 방식에 묻어가며, 자신의 감정을 조용히 감춘다.
합주단 안에서도 앤드류는 서브 드러머다.
셰이퍼 음악학교의 높은 기준에 비추어보면,
아직 어딘가 부족한 연주자일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속한 합주실 문이 열리고,
플레처가 예고 없이 들어선다.
이미 그의 명성은 학교 전체에 퍼져 있고,
학생들은 숨을 죽인 채 반응한다.
플레처는 말없이 자리를 잡고,
한두 마디의 연주만으로 학생들을 평가한다.
그에겐 감정도, 표정도 없다.
그의 청음은 메트로놈처럼 정확하고,
그의 판단은 시스템처럼 냉정하다.
음악은 그에게 감정의 언어가 아니다.
그에겐 음악이란, 완벽을 증명하기 위한 무기다.
그 냉정한 청음력 속에서
앤드류는 점점 더 그에게 매달리게 된다.
그리고 예상 밖의 순간,
앤드류는 불려 간다.
하지만 영화는 동시에,
앤드류의 의외의 면모 또한 보여준다.
그는 사랑도 하고 싶은, 평범한 학생이다.
늦은 밤, 영화관 매표소에서 일하는 니콜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수줍지만 분명한 용기였다.
거절당할 거라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그녀가 수락하자
앤드류는 곧장 다음 말을 잇는다.
어디서 볼지, 언제 만날 지를
그가 먼저 정한다.
그 순간, 우리는 알게 된다.
그의 내면 깊숙이,
자기 주도적인 욕망이 분명히 살아 있다는 것을.
합주 시간, 정확히 정각.
플레처는 1초도 늦지 않게 문을 연다.
말이 없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공기가 식는다.
그가 들어선 순간, 합주실은 하나의 군대처럼 변한다.
악기들은 총검이고, 학생들은 조용히 명령을 기다리는 병사다.
그의 지시 하나, 손짓 하나에 모두가 즉각 반응한다.
그건 연주가 아니라 복종이다.
누군가가 잘못된 음을 낸다.
플레처는 곧바로 소리를 멈춘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그는 강압적인 말투로 대답을 유도하고,
학생은 점점 벌벌 떨기 시작한다.
거슬리는 것은 단지 음이 아니라, 그의 통제 밖에 있는 모든 것이다.
그는 학생을 무자비하게 내쫓는다.
모욕적 언사를 던지고, 아무도 그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는 ‘틀린 학생’을 쫓아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공포를 연습실의 바닥처럼 깔아,
모두가 그 위에 무릎 꿇도록 만든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그는 가족 관계를 묻는다.
아버지가 뭐 하시냐고. 어머니는 어디 있냐고.
플레처는 사람의 내면에 스며드는 방식으로 질문한다.
부드러운 말투와 따뜻한 어조로 격려하는 척 다가온다.
그러나 그것은 채찍과 당근을 오가는 교묘한 조종의 기술이다.
사람의 방어선을 허물고, 혼란 속에서 길들인다.
앤드류의 연주 차례가 다가온다.
처음엔 칭찬에 가까운 반응.
그러나 곧, 그는 아주 미세한 차이를 문제 삼는다.
한 부분을 반복하게 하고,
정확하지 않다고 말하며 계속 연주를 멈춘다.
처음엔 차분하다.
심지어 따뜻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조용한 압박,
앤드류의 심리를 풀어놓기 위한 은근한 방심의 유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플레처는 의자를 던진다.
갑작스럽고 극단적인 감정의 폭발.
그 충격은 단순한 분노의 표현이 아니라,
앤드류가 공포의 대상 앞에 놓였다는 자각을 강요한다.
그는 앤드류의 뺨을 때린다.
육체적인 폭력은 단 한 번.
그러나 그보다 더 깊은 상처는 인격에 가해지는 말들이다.
그는 앤드류의 눈물을 유도하며 말한다.
“네 아빠는 작가 되다 실패했지?”
“왜 엄마는 널 버렸을까?”
그가 건드리는 건 리듬이 아니라, 앤드류라는 인간 그 자체다.
플레처는 무너뜨린다.
그리고 그 무너짐을 사람들 앞에서 공개한다.
부끄러움, 수치심, 무력감.
그는 앤드류에게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감정을 강요한다.
이 장면은 단순한 음악 수업이 아니다.
이건 자아를 뿌리째 흔들고, 무릎 꿇린 후 다시 쥐어짜는 통제 방식이다.
앤드류는 그 아래서 혼란스럽게 부서진다.
그저 드럼을 잘 치고 싶었던 소년은,
이제 한 인간의 실험대 위에 놓였다.
"본 표지에 사용된 이미지는 네이버 영화에 등록된 공식 배급사 포스터이며,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즉시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