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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의 우울, 그 끝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

2025년 4월 17일 목요일 날씨 맑음

by 서도운

날씨가 또다시 따뜻해졌어요.

그와 동시에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하면서, 어김없이 알레르기 비염도 찾아왔습니다.

드디어—진정한 봄이 왔네요.


이번 주 저는 금, 토, 일 여행을 떠납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주말에 업로드할 모든 글을 미리 마무리했어요.

총 여섯 가지 종류의 작품을 동시에 연재하고 있다는 걸, 혹시 알고 계셨나요?


"도대체 왜 이렇게 열심히 쓰는 걸까?"

"왜 하나의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이렇게 다양한 길을 택했을까?"


오늘은 그 질문에 대한 저만의 대답을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왜 이토록 여러 작품을 쓰는지, 그리고 각각의 작품이 어떤 감정에서 시작되었는지—

조금은 천천히, 조금은 솔직하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저는 대학 시절, 사람들에게 여러 상처를 받았습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과, 스스로에게 부과한 지나친 책임감 속에서

결국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


우울증은… 정말 독한 친구였어요.

하루하루가 괴로웠고, 내일이 오는 게 두려웠습니다.


그렇게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는 집 안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밤에는 불면증으로 뜬눈으로 시간을 버티며,

조용히, 그리고 끝없이 생각에 잠기곤 했습니다.


‘내 감정은 왜 이럴까?’

‘나는 왜 살아야 하지?’

‘사람들은 왜 저렇게 행동할까?’

‘인간은 왜 존재하는 걸까?’


그렇게 저는

존재에 대해, 감정에 대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사유하며 6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2025년 1월,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조금씩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집이라는 공간, 가족이라는 온기, 익숙한 풍경들이

제 안의 무너진 시간들을 천천히 복원시켜 주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다시 삶에 목적이 생겼고,

건강을 회복하며

무엇보다도 ‘그 긴 시간 동안 내가 고민했던 모든 것들’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찾아왔습니다.


그것이 제가 글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


인간은 왜 살아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며,

그 삶을 통해 어떤 의미를 만들어갈 수 있는가.


제 글의 궁극적인 질문은

늘 이곳으로 향해 있습니다.


“나는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글을 씁니다.

그것은 모순을 들여다보고, 반복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며,

상처를 지나 결국 사랑에 이르는 길을 찾는 일입니다.”


저는 인간을 너무 사랑했기에,

그만큼 깊은 상처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결국 다시 인간을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

제 삶을 스스로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

이 모든 글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글쓰기는

그 아팠던 시간들을 공감과 연대로 되돌리는 작업이자,

내가 나에게 건네는 가장 다정한 응답이기도 합니다.


저는 현재 다섯 가지 장르의 작품을 쓰고 있습니다.


각 장르마다 담고 있는 감정도, 질문도, 그 결을 달리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글의 밑바탕에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살아간다는 건 무엇인가?

에 대한

끊임없는 사유와 애정이 놓여 있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쓰고 있는 작품들을 장르별로 소개해드릴게요.

어떤 글은 이미 연재되고 있고,

어떤 글은 곧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어요.

이 글을 통해 저라는 사람과,

제가 쓰는 글의 숨결이 조금 더 가까이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1. 에세이

『감각의 사유』


『감각의 사유』는 인간의 오감과 초감각을 주제로 한 철학적 에세이입니다.

감각은 단순히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는 통로가 아니라,

기억과 감정, 그리고 존재를 구성하는 가장 깊은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묻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느낀다’고 말할 때, 정말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 걸까요?

감각은 얼마나 주관적이며, 또 얼마나 사회적으로 구성되어 있을까요?

그리고 그 감각을 통해 우리는 자신과 타인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각 장에서는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같은 기본적인 감각뿐 아니라,

감정, 기억, 상상력 같은 확장된 감각 개념까지 탐구합니다.


『감각의 사유』는 단지 감각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그 감각을 통해 나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과 연결되기 위한 철학적 실험이자 고백입니다.


『도운의 일기』 (『감각의 사유』 번외 편)


『도운의 일기』는 『감각의 사유』의 철학적 흐름과 나란히 놓인,
보다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사유의 기록입니다.
에세이보다 더 솔직하고, 철학보다 더 따뜻하게—
하루의 감정, 순간의 통찰, 잊고 싶지 않은 말들을 담아냅니다.

이 글들은 특별한 이론이나 주제를 중심에 두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무런 장치 없이, 그날의 도운이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그대로 적어 내려갑니다. 저의 사생활과 개인적인 부분을 가장 진솔하게 담아내죠.

『감각의 사유』가 “우리는 무엇을 느끼는가”에 대한 탐구라면,
『도운의 일기』는 “나는 오늘 무엇을 느꼈는가”에 대한 응답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그 안에서 독자 또한 자신의 감정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2. 시집

『한의민족: 정의 나라』

『한의민족』은 한국이라는 이름 아래 살아온 감정과 역사, 정서를 시로 담아낸 시집입니다.

시집에는 저의 깊은 애국심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이 시들은 단지 민족적 상징을 예쁘게 빌려온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지나온 고통과 회한, 자부심과 다짐을

조용하지만 뜨겁게 이야기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역사 속 슬픔, 전통 속 아름다움, 민족 정서 속 분노와 눈물—

그 모든 감정들이 시라는 형식으로 응축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시집을 통해 과거를 기리고,

지금을 묻고,

미래를 다짐하고 싶었습니다.


『한의민족』은 잊히지 않았으면 하는 이름들,

기억되어야 할 감정들을

가장 진심 어린 언어로 담아낸 시집입니다.


『밤은 내게 오래 남는다』

『밤은 내게 오래 남는다』는 감각과 감정에 대한 시집입니다.
누군가에겐 스쳐가는 감정일지 몰라도,
저에게는 그 감정 하나하나가 깊은 밤처럼 오래 남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이 시집은 화려하거나 거창한 언어가 아닌,
지극히 조용하고 섬세한 언어로
감정의 흐름, 기억의 흔적, 존재의 떨림을 기록하고자 했습니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 느낀 고요,
혼자 남은 밤에 피어난 불안과 위로,
무심한 일상 속에서도 반짝이는 감각들—
그 모든 것들이 이 시 안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습니다.

『밤은 내게 오래 남는다』는
바쁜 하루 속에서도 잠시 멈춰,
자신의 감정을 바라볼 수 있는 조용한 거울 같은 시집입니다.


제 시집들은 대체적으로 산문시의 형식을 띠지만 가끔은 정형시들도 쓴답니다.


3. 한국사 교양서

『진한에서 대한으로』

『진한에서 대한으로』는
한민족의 정통성과 역사적 정체성을 삼한의 진한과 신라 중심의 관점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역사 교양서입니다.

고조선 이후, 진한에서 시작해 신라, 고려, 조선,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했고, 또 어떤 길을 갈 수도 있었을까요?

이 책은 단순한 역사 서술이 아닙니다.
역사라는 ‘사실’을 넘어서,
그 이면에 있었던 가능성과 모순, 선택의 기로를 되짚어보는 글입니다.

‘만약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진흥왕이 정복한 영토를 끝까지 지켰다면?’
‘대한민국은 왜 신라의 후예로 이어졌는가?’

이런 ‘if 역사’와 철학적 가정을 통해
저는 역사를 단순히 과거로 남겨두지 않고,
오늘의 존재를 되묻고 내일을 상상하는 사유의 공간으로 확장하고자 했습니다.

『진한에서 대한으로』는
역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사유의 깊이를,
역사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이해의 흐름과 상상력을 동시에 선사하는 책입니다.


4. 평론

『시네마틱 레버리』

『시네마틱 레버리』는

영화 속 장면과 구조를 통해 인간의 감정, 사회적 맥락, 상징의 층위까지 해석하는 영화 평론 시리즈입니다.


단순히 "이 영화는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설명이 아니라,

하나의 영화가 왜, 어떻게 감정적으로 깊은 여운을 남기는지를

철학적으로 그리고 서정적으로 탐색하고자 했습니다.


『미드소마』, 『기생충』, 『홀리 모터스』 등 다양한 작품을 분석하면서

저만의 감정적 리듬과 해석이 녹아 있습니다.

장면 하나하나를 따라가며, 영화가 말하지 않은 것까지 상상하는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 시절, 우리의 지브리』

이 작품은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어린 시절의 감정, 상상력, 성장의 순간을 되짚는 감성 비평입니다.


『이웃집 토토로』, 『마녀배달부 키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지브리 특유의 잔잔한 판타지와 따뜻한 서정성 속에서

“왜 우리는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울게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저는 시네마틱 레버리와 다르게 이 글들을 통해 메타포에 대한 분석보다는 감성으로 다가갑니다.

예술은 결국 ‘마음의 언어’이고,

그 언어를 해석하는 일은 곧 내 감정을 이해하는 일이라는 것을 전하고자 합니다.


5. 소설

『뫼비우스의 도플갱어』

이 작품은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된 한 존재의 파국과 구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 명운이, 자신과 똑같은 또 다른 '명운'과 만나게 되면서

정체성의 균열, 시간의 반복, 자아의 분열을 겪는 SF 서사죠.


하지만 『뫼비우스의 도플갱어』는 단순한 스릴러나 공상과학이 아닙니다.

이야기 속 반복되는 죽음과 선택은 결국

“인간은 죄를 짓고도 구원받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 구원은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껴안는 순간에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연재 예정: 『노에론: 감정의 봉인』


『노에론: 감정의 봉인』은 감정이 금지된 세계에서 감정을 상상하게 된 한 존재의 철학 판타지 서사입니다.

이 세계는 신이 설계한 통제된 질서 속에 감정이 봉인된 상태이며,

‘감정’은 금서로 간주되고 인간은 균형과 효율로만 살아갑니다.


하지만 한 언어 관리자가 우연히 ‘감정’을 상상하게 되면서

세계에 균열이 생기고, 그로 인해

감정, 신, 인간의 의미를 묻는 거대한 서사가 시작됩니다.


『노에론』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닌,

감정의 철학, 사회적 통제, 그리고 자유 의지의 회복에 대한

거대한 은유이자 저의 사유가 집약된 세계입니다.


이 글에서 소개한 작품들 중 『노에론: 감정의 봉인』을 제외한 모든 작품은

현재 매주 한 편 이상씩, 요일을 정해 꾸준히 연재 중입니다.

각각의 장르는 다르지만, 그 모든 글에는

저의 철학과 존재에 대한 사유가 진하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물론 장르마다 사유의 결이 다르다 보니,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저 역시 사유의 모드를 전환해야 합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바로 그 과정 속에서 저는 가장 치열하게, 가장 진심으로 글을 씁니다.


혹시라도 관심이 생기신다면,

언제든지 각 작품을 한 번씩 들여다봐 주세요.

그 안에서 도운이라는 사람이 품고 있는 감정과 생각,

그리고 삶을 향한 애정이 느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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