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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먼저 울렸던 문장, 윤동주 서시(序詩)

2025년 4월 14일 월요일 날씨 춥고 흐림

by 서도운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일까요.

오늘은 마음도 같이 냉담해지는 하루예요.


그런 날엔 자연스레 가장 처음 울렸던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돼요.

오늘은 저를 ‘문학’이라는 세계로 이끌어주었던 첫 작품,

그 시작의 기억을 나눠보고 싶어요.


어린 시절, 저는 동화책을 정말 많이 읽었어요.

표지가 다 해지고, 색이 바랠 정도로 반복해서 읽었던 책도 있었죠.

하지만 그건 단지 재미 때문이었어요.

‘문학’이라는 생각 없이, 그냥 이야기가 좋아서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이었던 것 같아요.

윤동주의 『서시』를 처음 접하게 되었어요.

당시엔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을 주로 보던 시기였죠.

사실 그때도 ‘서시’ 전체에 감동을 받은 건 아니었어요.

다만, 단 한 줄.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이 문장이 이상하게도 가슴을 울렸어요.

문학은 어렵고 지루한 거라고만 생각하던 그 시절의 제가,

그 문장 하나에 잠시 멈췄던 거예요.

그 울림은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조용히 올라왔어요.


하지만 그때는 그냥 그랬어요.

이후로 다시 책 보다 PMP로 영화를 보고, 애니메이션을 보고,

문학은 또다시 멀어졌죠.


그러다 성인이 되어 여러 일들을 겪고,

문학을 다시 찾게 되었어요.

그땐 조금 달랐어요.

이젠 시와 소설을 직접 쓰며,

그 울림을 스스로 만들어보려는 사람이 되었죠.


하지만 그 모든 시작에는 늘 윤동주의 『서시』가 있었어요.

오늘처럼 울적한 날이면, 저는 다시 그 첫 울림으로 돌아갑니다.


지금은 ‘서시’를 거의 외울 정도가 되었고,

이제는 그 문장을 다른 언어로도 바라보고 싶어 졌어요.

그렇게 저는 오늘, 윤동주 시인의 시를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다시 써보았습니다.

손으로, 마음으로, 그리고 한 줄 한 줄 곱씹으며.


이 글은 언제나 제 문학의 출발점이 되어준

윤동주 시인께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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