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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추워진 봄. 그리고 판타지소설

노에론:감정의 봉인

by 서도운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술을 마셨어요.

셋 달 만이었죠.

예전엔 매일같이 술을 마셨고, 그게 없으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이렇게 한참 동안 안 마셔도 살 수 있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그만큼 많이 나아졌다는 뜻이겠죠?

그래도 어제는 한 잔 마셨을 뿐인데, 오늘 하루 종일 속이 더부룩하고 몸도 피곤하네요. 확실히 예전 같지는 않아요.

3개월만의 술


오늘은 날씨가 꽤 춥더라고요.

며칠 전까진 정말 따뜻했는데, 괜히 방심했다가 옷차림도 가볍게 입고 나가서 덜덜 떨었어요.

하루에도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는 것 같아요. 봄이 왔다가, 겨울이 됐다가.


요즘 저는 일주일에 여섯 가지 작품을 연재하고 있어요.

한 주가 시작되면 어떤 날엔 소설을 쓰고, 어떤 날엔 에세이를 쓰고, 또 어떤 날엔 시집을 다듬어요.

혼자 출판사 하나를 운영하는 기분이랄까요.


매주 원고를 정리하고, 업로드하고, 다음 주 계획도 세우고… 그래도 그 와중에 틈틈이 머릿속엔 또 다른 이야기들이 피어나요. 마치 한 세계가 끝나면, 또 다른 세계가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요.


그중 하나가 바로, 오늘 구상했던 판타지 소설노에론: 감정의 봉인』이에요.


아직 구상단계라 본문을 쓰고 있진 못하고 있어요 ㅎㅎ


감정이 사라진 세계,

말보다 기억이 먼저 지워지는 사회,


그리고 그 안에서 금서를 펼친 한 관리자가

처음으로 ‘감정’을 상상하게 되죠.

그 작은 상상이 세계의 균열이 되고,

통제받던 인간들이 다시 ‘느낄 수 있는 존재’로 바뀌어 가요.

물론 그만큼의 전쟁도 찾아오겠지만요.


오늘은 특히 이 세계관의 중심인 대륙과 지역, 그리고 이 세계의 숨겨진 진실을 쥐고 있는 네 개의 가문에 대해 구상했어요.


그 가문들은 단순한 권력의 중심이 아니라, 감정을 지우기 위해 창조된 '설계자들'이기도 해요.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통제하고, 또 무너져가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우리가 사는 현실의 어떤 그림자와도 닮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상상을 할 때마다 느껴요.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라기보단

내가 세상에서 느낀 질문들을

다른 형태로 계속 말 걸기 위해서라는 걸요.

그 대답은… 언젠가 이 세계 안에서,

한 인물의 감정 속에서 찾아올지도 모르겠네요.


다음은 오늘 구상한 내용들이에요 ㅎㅎ



1. 계층 구조 – 통제를 위한 설계


이 세계의 이름은 노에론 이예요.

여긴 감정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을 조용히 통제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요.

전체 인구는 약 5천만 명이고, 그중 약 0.5%만이 ‘관리자’로 불리는 계층이에요.

맨 아래에는 감정을 잃은 채 살아가는 일반 시민들이 있고,

그 위로 각 마을을 담당하는 하급 관리자, 구역을 총괄하는 정규 관리자,

그리고 그들을 지휘하는 상급 관리자들이 있어요.


가장 꼭대기에는 이 세계의 진짜 설계자, 관장자 네 가문이 존재해요.


이 가문들은 단순한 권력이 아니라, 질서와 감시, 기억과 침묵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전체를 설계하고 통제하는 존재들이에요.


겉으론 완벽한 시스템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감정을 잊은 채 살아가는 수많은 침묵과 균열이 숨어 있어요.




2. 대륙 설명 – 라크세리온


노에론 세계의 중심에는 하나의 거대한 대륙이 있어요.

그 이름은 라크세리온(Laxerion), ‘조용한 경계’라는 뜻을 가진 땅이에요.

감정 없는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정밀하게 설계된 이 대륙은, 각각의 구역이 분명한 기능과 역할을 가지고 있어요.

라크세리온 대륙


남동쪽에는 관리자들의 기술과 감시 중심지인 아이세론,

그 아래 남쪽엔 감정어와 기록이 버려진 폐기 구역 노시스,

중앙에는 관장자들이 머무는 고원 도시 베르카산,

그리고 북쪽엔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는 금지된 폐허, 에라노스가 있어요.

대륙의 저지대에는 감정 없는 삶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평원 도시 리우니아가 다섯 구역으로 퍼져 있어요.


평화롭고 조용해 보여요.

하지만 그 조용함은 감정을 잃고 나서야 가능한 거였어요.

그리고 그 평온한 질서 아래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봉인되어 있던 것들이 이제 천천히 깨어나기 시작해요.


3. 네 개의 가문 – 감정을 봉인한 설계자들


노에론 세계에서 가장 위에 있는 존재들은 바로 관장자 네 가문이에요.

이들은 신이 설계한 통제자들이자, 감정을 봉인한 사회의 설계도를 처음으로 그린 존재들이에요.

각 가문은 고유의 역할과 상징을 갖고 있고,

그들의 이름은 이제 전설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속삭여져요.


1) 벨마르 가문 (Belmar)

벨마르 가문 구상도
벨마르 가문 수장 아우렐 벨마르
벨마르 전투원(세뇌당한 일반인들)
벨마르 가문원들 평상복

질서와 통치의 중심에 있는 가문이에요.

도시와 제도의 설계를 담당했고, 리우니아 평원의 모든 구조는 이 가문에서 시작됐어요.

이들은 법과 규칙, 규율을 숭배하고, 그걸 통해 평화를 유지한다고 믿어요.

가문의 상징은 모래시계 혹은 저울의 형상이고, 그 의미는 "끊기지 않는 통제"예요.

사람들은 이들을 ‘질서를 만든 자들’이라 부르기도 해요.


2) 칼드레인 가문 (Caldrein)

칼드레인 가문 구상도
가문의 수장(셰이드 칼드레인)
칼드레인가문원의 평상복


기억과 , 기록, 변화를 감시하는 가문이에요.

아이세론의 감시망은 이들의 작품이고, 시민들의 표정과 말투까지 분석해서 위험 신호를 걸러내요.

상징은 관찰자의 눈이에요.

겉으론 고요하지만, 그 안엔 언제든 퍼질 수 있는 감정의 흔적이 담겨 있죠.

가장 중립적이며 고요한 가문이에요.


3) 루네아 가문 (Runea)

루네아 가문 구상
왼쪽: 아모리아 루네아 오른쪽: 루네아가문 평상복

언어와 감정을 통제하는 가문이에요.

이들이 없었다면, 감정 어는 이미 세상에 퍼졌을지도 몰라요.

노시스 구역의 기록소는 루네아의 손 아래에 있고, 감정을 담은 단어들은 이곳에서 조용히 폐기돼요.

상징은 네 잎클로버 문양이에요.

기억을 보는 자들이자, 말의 힘을 지우는 존재들이에요.

그럼에도 이 가문은 네 가문 중 가장 온화한 성향을 가지고 있어요.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존재들일지도 몰라요.


4) 에노크 가문 (Enoch)

에노크 가문 구상도
에노크 가문 평상복
에노크가문의 수장(이름없음)


마지막으로, 가장 수수께끼 같은 가문이에요.

에노크는 신전과 의식, 그리고 침묵을 관장해요.

이들의 상징은 반투명한 검은 돌이에요.

그 자체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가장 무겁고 깊은 의미를 담고 있죠.

에노크는 실존 여부조차 불분명하고, 그 이름만으로도 공포와 경외가 함께 따라붙어요.

이들은 말보다 ‘존재 자체’로 세계를 설계했어요.

그리고 그 침묵 안에서, 진짜 신이 남긴 의도를 지키고 있다고 믿고 있어요.


각 가문의 수장들

이렇게 네 가문은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설계했고, 또 유지해 왔어요.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질서 속에도, 균열은 언제나 존재해요.

감정은 억누른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때를 기다리며 숨 쉬고 있었던 거니까요.


이제, 노에론의 틈에서 다시 감정이 태어나려 해요.

사람들은 그걸 깨달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감정은, 다시 누군가의 세상을 흔들 수 있을까요?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어요.

노에론, 그 고요한 세계의 균열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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