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0일 목요일 날씨 맑음.
다들 깔따구를 아시나요?
검색하면 모기처럼 생긴 날벌레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하지만 모기가 아니에요.
피도 안 빠는 녀석들이지만, 이상하게 짜증 나요.
그 계절, 계절이 끼어 있는 그 시기쯤이면
강둑길을 걷다 보면, 공중에 떼 지어 떠 있는
그 녀석들, 보신 적 있죠?
손으로 휘휘 저어도 잘 도망가지 않고,
괜히 억울하게 생긴 얼굴로 떠다니는 아이들.
사실, 이름도 너무… 귀엽잖아요.
깔. 따. 구.
아니, 나 혼자 정겹게 부르는 이름은 ‘깔또’입니다.
요즘 너무 추웠죠?
4월 중순이 다가오는데도 좀처럼 봄이 오는 걸 실감하기 어려웠어요.
벚꽃이 만개해도, 마음엔 아직 겨울의 그림자가 남아 있었달까요.
오늘도 여느 날처럼
공부도 하고, 글도 쓰고—
머리가 너무 복잡하고 무거운 상태였어요.
그래서 생각을 좀 식힐 겸,
강가 둑 길을 따라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가던 중이었죠.
햇살은 따스했고,
해는 천천히 지고 있었어요.
너무 밝고 고운 빛이었어요.
그냥, 말없이 걷고 있었는데
그때—
깔또들이 보이는 겁니다.
평소 같았으면 짜증부터 났을 텐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짠하고 반가운 기분이 들었어요.
‘아, 드디어 봄이 왔구나.’
그 느낌이 확, 들더라고요.
그리고 문득,
나도 깔또처럼 느껴졌습니다.
요즘 나는, 문학에 대해 조금 회의감이 들어요.
오늘은 특히 그랬습니다.
창비 신인상 공모를 마치고,
이 상의 위상과 문학적 전통을 다시 들여다보는데
숨이 막히더군요.
‘정말 내가 이런 문학을 해도 되는 걸까?’
‘내 글은 여기에 어울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빙빙 맴돌았어요.
한편으론,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문학은
공감이 빠르게 오는 에세이,
혹은 재미 위주의 웹소설이 대세잖아요.
순수문학이란 호칭을 붙인 글들은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에요.
고여 있는 문학계와
자극에 익숙해진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너무 먼 것 같아서—
그 중간에 선 나 같은 사람은
공중에 떠 있는 깔또처럼 느껴졌습니다.
공격성도 없고,
무슨 악의를 품은 것도 아닌데
그저 존재한다는 이유로 미움받고,
의미 없어 보여도 가만히 떠 있는 상태.
오늘, 나도 깔또였어요.
그저 떠 있고,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는 하루.
그래도, 누군가는
나를 보고 피식 웃어줬으면 좋겠어요.
“야, 얘 왜 저래. 웃기네.” 그런 식으로라도.
그럼 되는 거예요.
살아있다는 건,
가끔 누군가의 시야에 걸리는 일일 테니까요.
깔또 왈—
“우리는 그냥… 바람이 부는 쪽으로 흘러가는 중일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