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3일 일요일 날씨 흐리고 추움
이번주 업로드를 전부 마치고 특히 어제 연재한 시네마틱 레버리가 독자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전달이 된 듯 해서 기분좋은 한 주 였어용.
가끔은 책보다, 음악보다, 영화가 감정을 더 정직하게 건드릴 때가 있어요.
오늘은 그런 순간들을 정리해보려고 해요.
살면서 저를 가장 깊이 흔들었던 영화들, 그리고 그 감정들을요.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제 감정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요.
따라서 항상 영화를 보고나면 왓챠피디아에 평론과 별점을 남긴답니다.
그중 제가 기억이 많이 남는 영화를 소개시켜 드리려해용.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니 어쩌면 끝에서부터 처음까지 저를 끌고 갔어요.
기억이란 게 얼마나 불안정한지,
그 불안정함이 얼마나 진실처럼 느껴질 수 있는지 말해줬어요.
영화가 이해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오는 소름은
그동안 틀에 박혀 있었던 흐름을 깨부수는 순간이었어요.
이건 그냥 연출이 아니라, 감각을 새로 세팅하는 경험이었어요.
이 영화는 이야기보다 빛과 색이 먼저 말을 걸어왔어요.
푸른 바다, 별빛을 닮은 해파리, 형광처럼 터지던 고래의 곡선—
그 모든 장면이 마음을 말없이 감싸 안았어요.
믿음이 진실보다 아름답다면, 그걸 택해도 된다고 말해주는 영화였어요.
그리고 저는 그 환상을 믿기로 했어요.
왜냐하면 그 환상이 너무 눈부셔서, 진실을 잊어도 좋을 만큼이었거든요.
이건 추억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그리고 이별에 대한 이야기였고요.
아이와 영사기사의 우정이 웃음을 줬다면,
어른이 되어 다시 본 그 장면들은 눈물이 되어서 돌아왔어요.
모든 게 사라졌을 때,
기억만이 남는다는 걸 조용히 알려주는 영화였어요.
그리고 기억은 때로, 지금보다 더 뜨겁게 살아있다는 것도요.
이건 그냥 공포영화가 아니었어요.
한 인간이 무너져가는 과정을 아무것도 못 하고 지켜봐야 했던 경험이었어요.
신이 외면하는 세계에서,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끝없이 고통이 전염돼요.
가장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라,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끝내 외면하는 사람들이었어요.
『랑종』은 그런 이야기였어요.
믿음이 저주로 변해버리는 순간의 침묵,
그게 너무 무서웠어요.
『그린 나이트』는 한 편의 시였고,
동시에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철학의 거울이었어요.
용기란 무엇인가, 진실이란 무엇인가,
죽음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는가.
영화는 끝내 답을 주지 않아요.
대신 질문을 남겨요. 그리고 그 질문은 지금도 제 안에 남아 있어요.
어쩌면 그게 철학의 본질 아닐까요?
끝내 다다르지 못해도, 계속 걸어가는 것.
가장 훌륭한 영화 – 오펜하이머
『오펜하이머』는 업적의 영화가 아니었어요.
신이 되려 했던 인간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였어요.
그건 승리가 아니라 침묵이었고,
완성이 아니라 고립이었어요.
영화의 최고 장면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던 그 순간이었어요.
박수치는 군중 속에서,
그는 완전히 혼자였어요.
이영화는 연기, 연출, 배경음악, 서사, 인물등 뭐하나 모자른게 없었고 아주 획기적이어서 영화란 무엇인가? 라고 할 정도였어요.
오늘 정리한 영화들은 단지 스토리가 좋았던 작품이 아니에요.
저라는 사람을 조금씩 바꿔온 경험들이에요.
그리고 이 기록은,
그 감정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아두기 위한 시도예요.
이제는 어떤 영화를 만나더라도
조금 더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이제 제 감정을 기억할 준비가 되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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