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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를 준비한 3일

2025년 4월 11일 금요일 날씨 맑음

by 서도운

『위플래쉬』를 준비한 3일


날씨가 참 많이 따뜻해졌죠?

예전엔 겨울이 좋았는데, 올해 겨울이 좀 힘들어서 그런지

이렇게 봄이 반가운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오늘은 『시네마틱 레버리』 위플래쉬 편의 마지막 작업을 했어요.

『시네마틱 레버리』는 매주 토요일에 연재 중인데,

한 영화당 5~7화 분량이 나오다 보니

제 글들 중에선 두 번째로 힘이 많이 드는 작업이에요.

첫 번째는… 역시 『뫼비우스의 도플갱어』 소설이죠. 하하.


『시네마틱 레버리』는 보통 3일쯤 걸려요.

1일 차는 기획과 조사, 2일 차는 분석, 3일 차는 정리와 마무리.

가끔은 이틀 만에 끝나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안 들면 멍하니 사흘째를 보내다가

그냥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때도 있어요.

글을 쓰는 건 늘 예측이 안 되더라고요.


이번에 고른 작품은 『위플래쉬』예요.

앞서 다뤘던 두 편이 추상적이고 기묘한 느낌의 영화였다면,

이번엔 좀 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영화로 골랐어요.

물론 『위플래쉬』가 결코 가볍다는 뜻은 아니에요.

누군가에겐 이 영화도 충분히 숨 막히고,

어쩌면 공포처럼 다가올 수도 있으니까요.


1일 차.

왓챠 피디아에서 제가 평점 높게 줬던 영화들을 쭉 훑어봤어요.

제 취향도 중요하지만, 독자분들도 너무 낯설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니까요.

감독인 데이미언 셔젤의 인터뷰와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면서,

이 영화가 그의 첫 장편작이자

왜 이렇게 압축적으로 밀어붙이는 연출이 나왔는지 생각해 봤어요.


2일 차.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봤어요.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

플래처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순간마다

일시정지를 누르며 “왜 하필 이 타이밍일까?” 하고 고민했어요.


이런 작업을 하다 보면

‘통제’, ‘굴종’, ‘가스라이팅’, ‘폭력의 리듬화’ 같은 키워드들이 쏟아져요.


재즈를 잘 아는 편은 아니지만,

루이 암스트롱이나 채트 베이커는 좋아해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나오는 재즈는,

제가 평소 위스키 바에서 듣던 재즈랑은 완전히 달랐어요.

『위플래쉬』의 재즈는, 귀가 아니라

심장으로 듣는 음악 같았어요.


『시네마틱 레버리』

영화 러닝타임 순으로 장면을 분석하는 형식이라

영화를 이미 보신 분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반대로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절대 스포 당하지 마세요!


3일 차.

분석한 내용을 문장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시작했어요.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직선이면 감정이 죽고,

너무 감정적이면 논리가 흐릿해져요.

그 사이 균형을 잡는 게 언제나 어렵죠.


그래도 이번엔 조금 수월했어요.

상징이나 은유가 과하지 않아서 내용 파악은 빨랐거든요.

대신 감정적으로는… 좀 버거웠어요.

보고 있으면 정말 숨이 막혀요.

음악은 멋지고 연출은 시원한데,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오히려 꽉 막히고 아프더라고요.


마지막 문장을 쓰고 나니,

이 영화가 왜 이렇게 오래 남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어요.

『위플래쉬』는 완벽을 말하는 영화가 아니에요.

그 완벽이라는 환상을 향해

누구보다 처절하게 불타오른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오늘 위플래쉬에 대한 『시네마틱 레버리』가

오후 5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연재될 예정이에요.

많이 읽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오늘따라 루이 암스트롱의 한 구절이 떠오르네요.

What a wonderful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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