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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둣빛 봄— 작고 여린 마음으로부터

봄의 감성

by 서도운
싹이 트기 직전의 고요한 가지

연둣빛 봄


늦게 온 봄은

말없이 깨어났다.


잠든 줄기마다

한두 개씩,

조용히 초록이 번졌다.


처음은 여리다.

살짝 비틀리거나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몸.

그럼에도 고개를 든다.


해도 안다.

처음부터 강하면

여린 것은 그 빛에 타버린다는 걸.

그래서 해는 기다린다.

제 온기를 덜어내고,

살짝, 한 겹의 빛으로만 내려앉는다.


기다릴 줄 아는 따스함이다.

이들이 자라는 속도에 맞춰

조금씩 자신도 더 깊어질 작정이다.

마침내 이들이

그 빛을 스스로 품게 되는 날까지.


아직은 빛을 품기엔 푸르름이 아니다.

짙지도 크지도 않으며,

그저 연녹색으로 조용히 따스함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여린 것들이,

곧 커다란 그늘이 되어줄 거란 걸.

어디선가 꽃이 피고,

그 꽃을 감싼 존재가

바로 이들이었다는 걸.


세상은 늘 그렇게 시작되었다.

작고, 여리고, 그러나

가장 단단했던

어떤 마음 하나로부터.

연둣빛으로 펼쳐진 잎사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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