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가는 길에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가 하나 있다. 평소 차가 많이 없는 1차선 도로지만, 출근 차량이 몰리는 시간이면 끊임없이 들어온다. 차 한 대만 잠시 멈춰주어도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는데, 바쁘게 지나가기만 하는 차들이 조금은 야속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왜 이리 바쁘게 앞으로 달려가기에만 여념이 없을까. 우리는 왜 이리 잠시 멈추는 것에 인색할까.
그렇게 하염없이 기다리다 드디어 차 한 대가 횡단보도 앞에서 '정지(停止)'했다. 운전자에게 가볍게 목례로 감사를 전하고 길을 건넌다. 그가 멈춰준 덕분에 멈춰있던 내가 길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인생길을 걷다 보면 횡단보도가 놓인 길을 건너야 할 때가 있다. 이곳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멈추어야 한다. 내가 멈추면 운전자가 지나갈 수 있고, 운전자가 멈추면 내가 지나갈 수 있다. 그렇게 서로를 위해 멈추어야 할 때가 있다. 잠시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다고 보행자와 운전자가 서로 멈추지 않으면 사고가 난다.
멈추다는 뜻의 한자 '停'(머무를 정)은 '머무름'을 의미한다. '亻'(사람 인)이 '亭'(정자 정)에 잠시 머무르는 것이다. 같은 뜻의 '止'(그칠 지)는 바쁜 걸음을 멈춘 발 모양을 표현한 한자다. 인생이라는 머나먼 여정을 계속 걸어가려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정자에 머무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때로는 내가 그 정자가 되어 여행객들이 머물렀다 가도록 하고, 또 때로 내가 힘들 때는 정자가 되어주는 다른 사람 곁에 머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위해 머물 수 있을 때 계속해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마치 횡단보도 앞에서 차가 멈추기도 하고, 보행자가 멈추기도 할 때 차도, 보행자도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것처럼.
그러기 위해서는 잠시 멈춰야 한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밖에 모르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이 머물 공간은 없다. 난 멈추어야 할 때 멈출 줄 아는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