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걷는다
걷는다는 뜻의 '步'(걸음 보)에는 발을 뜻하는 '止'(그칠 지)가 아래 위로 두 개 그려진 모습이다. 하지만 달린다는 의미인 '走'(달릴 주)는 아래쪽에만 止가 그려지고 위에는 힘차게 두 팔을 뻗어 달리는 모습을 닮은 '土'(흙 토)가 있다.
走에 止가 하나만 있는 것은, 한쪽 발을 땅에 디딤과 동시에 재빨리 다른 한쪽 발을 뻗어야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발이 땅에 동시에 닿으면 뛰는 게 아니라 걷는 것이다. 걸을 때는 두 발을 동시에 땅에 디디면서도 계속 뻗어야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步에는 止가 두 개 그려져 있다.
발의 모양에서 유래된 한자 止에 '멈추다'는 뜻이 있음을 감안해보면, 步와 走의 차이가 좀 더 극명히 드러난다. 走는 두 팔 벌려 뛰는 모습의 土와 멈추는 모습의 止가 함께 있듯이, 달리기를 할 때는 뛰거나 혹은 멈춰야 한다. 집중적으로 많은 체력을 요하기에 빠르게 달리다가도 잠시 페이스를 조절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步는 다르다. 멈출 듯(止) 멈출 듯(止) 하면서도 계속 걸어간다. 느리게 갈지언정, 금방이라도 멈출 것처럼 보일지언정,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간다.
나는 그리 빠른 사람은 아니다. 경쟁에 최적화된 사람도 아니어서, 남들보다 빨리 달리는 것도 잘하지 못한다. 그래서 묵묵히 걷기로 했다.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히 가자고 다짐했다. 빨리 달릴 수는 없어도 계속 걸어가는 것만은 잘해보자고, 그렇게 살아보자고 다짐했다.
회사에서 집까지 걸어서 2시간 정도 걸린다. 지금 집으로 이사하기 전에는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그 거리를 비 오는 날만 빼고는 거의 매일 걸어서 퇴근한 지 5개월쯤 되었다. 그리고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한편씩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오늘로 46일째가 되었다. 멈출 듯, 멈출 듯하면서도 꾸역꾸역 계속 실행하고 있는 내가 참 대견하다. 빠르지는 않지만 계속 걸어가고 있는 내가 참 기특하고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