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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困 / 孤 / 悃

피곤함, 아니 외로움이 밀려올 때

by 신동욱

어제 팀원들과 오랜만에 회식을 했다. 요즘 피로가 많이 쌓였던 차에, 소맥까지 말아먹었더니 눈꺼풀이 너무 무겁다. 금세 잠이 들고 말았다.


나뿐만일까. 현대인들은 늘 피곤하다. 학생들은 공부하느라 피곤하고, 직장인들은 일하느라 피곤하고, 사장님들은 직원 월급 걱정에 피곤하다. 피곤하다는 뜻의 한자 '困'(곤할 곤)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모를 쓸쓸함마저 느껴진다. 담장으로 둘러싸인 '囗'(에운담 위) 안에 덩그러니 홀로 있는 '木'(나무 목) 한그루. 다른 나무들은 다 어디 가고, 옆에 강아지 한 마리, 새 한 마리없이 나무 한그루 혼자 이 담장 안에 심어져 있는 걸까. 이 한자가 곤하다, 지쳤다는 뜻을 갖게 된 것은 어쩌면 너무 외로워서가 아닐까. 공부하느라 피곤한 학생들, 일하느라 피곤한 직장인들, 직원 월급 걱정에 피곤한 사장님들. 그들은 사실 가끔 밀려드는 외로움 탓에 피곤한 것은 아닐까.


외롭다는 뜻을 가진 한자 '孤'(외로울 고)는 子(아들 자)와 瓜(오이 과)가 합해진 모습이다. 홀로 남겨진 아이(子)처럼, 덩굴줄기에 혼자 덩그러니 매달려 있는 오이(瓜) 하나. 그 모습을 상상하면 지독한 외로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조금만 더 시야를 넓혀 보면 사실 오이는 혼자가 아니다. 오이를 힘껏 붙들고 있는 덩굴줄기로부터 이어진 뿌리가 땅에 깊이 내려 영양분을 힘차게 빨아올리고 있다. 혼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혼자가 아니다. 그를 뒤에서 지탱해주는 덩굴줄기, 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뿌리가 있기에 매달릴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외롭다고 느껴질 때 눈을 크게 뜨고 다시 주위를 둘러보자. 정말 혼자인가? 아니다. 나를 응원해주는, 나에게 힘을 실어주는, 내 편 들어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분명히 있다. 덩굴줄기처럼 나를 단단히 붙잡아주는, 뿌리처럼 잘 보이지 않지만 내게 힘이 되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그러니 그 사람을 생각하며 힘을 내보자. 그런 사람이 정말 한 명도 없다고 느낀다면? 그래도 괜찮다. 까짓 거, 내가 나를 더 사랑해주면 되니까.


쓸쓸함이 느껴지는 한자 困도 나의 '忄'(마음 심)을 나누면 새로운 한자가 된다. '悃'(정성 곤)이라는 한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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