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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욱 Jan 29. 2022

설 연휴 전날 있었던 일

[외전] 재무 담당자로 먹고 삽니다 (1)

"장부 숫자가 돌아갔다."


재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면 이 말의 끔찍함을 누구라도 공감할 테다. 2년 전, 설 연휴 전날에도 그랬다. 오늘만은 꼭 7시 정각에 퇴근하리라 다짐하고 있던 5시 30분경, 모회사의 담당자로부터 매출 숫자가 돌아갔다는 연락을 받았다. 몇 주씩 야근하며 지난하고 힘든 과정을 통해 이미 장부를 확정시켰는데, 숫자가 돌아가면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 


시작은 매출이 바뀐 것뿐이지만 이로 인해 법인세가 바뀌고, 외환평가 금액이 바뀌고, 장부 설명서라 할 수 있는 연결 패키지가 바뀌고, 그걸 또 시스템에 다시 입력해야 하고, 다 작성해 놓은 감사전보고서가 바뀌고, 마침 이미 다 끝내 놓았던 부가세 신고  금액이 바뀌고, 보고 자료가 수정되고. 숫자 하나의 힘은 이렇게 무섭다. 그나마 감사보고서 공시 전에 미리 발견되었기에 다행이지, 그 이후에 발견이 되었다면... 상상만으로 끔찍한 일이다.


재무 일은 그래서 힘든 듯하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관여되어 하는 일이다 보니, 그게 실수가 되었건 시스템 오류가 되었건 판단 착오가 되었건 이런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긴장된 마음을 한켠에 계속 갖고 있고, 혹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담담한 마음으로 다시 그 일을 반복해야 한다.


재무 일을 하면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를 입에 달고 산다. 그리고 '괜찮습니다', '빨리 부탁드립니다'라는 말도 입에 달고 살아야 한다. 누군가의 잘못으로 내가 야근을 더 해야 하면 당연히 속으로는 짜증이 밀려오겠지만, 그래도 이미 벌어진 일에 화내고 짜증만 내고 앉아 있기보다는 서로 협업해서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끝내는 게 더 낫다. 그리고 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나 또한 언제든 그런 잘못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10년 넘게 재무 일을 하며 배운건 이런 것 같다. 


나도 실수할 수 있고, 너도 실수할 수 있으니, 그런 일이 있더라도 짜증 내지 말고 서로 도와가며 잘 일해보자. 


일을 하고 배워오는 과정에서 나 또한 크고 작은 실수를 많이 해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견디고 버텨올 수 있었음을 기억한다. 내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작은 보답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 그리고 누군가 그런 실수를 하더라도 그를 비난하기보다 내가 도움받았던 것처럼 최대한 도와주는 것.


일뿐만 아니라 내 인생에 있어서도 그렇게 살자고 다시금 생각해 본다. 정말 분노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용납하자. 이해하자. 나 또한 완벽한 사람은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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