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모든 것 (11)
대다수 스타트업 회사는 IPO(Initial Public Offering ; 기업공개) 성공을 목표로 합니다. 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이 주식 매매차익을 실현시키고, 직원들이 부여받은 스톡옵션이 진짜 현금화하려면 IPO가 되어야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죠. 물론 IPO를 통해 상장이 되면 우량기업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도 매우 큽니다. 이처럼 IPO는 수많은 비상장사들이 꿈꾸는 목표이기 때문에 그냥 아무 기업이나 허용해 주지 않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하도록 허용해도 문제가 없을지 엄격한 상장심사를 통과해야만 합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주식시장은 크게 3개가 있습니다. 코스피(KOSPI)는 자기자본 300억 이상, 최근 매출액 1000억 이상 또는 3년 평균 매출액 700억 이상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회사 규모가 크고 꾸준히 많은 매출이 나오는 회사만 입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출이 작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은 코스피 시장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만족하기 상당히 어렵겠죠. 그래서 그보다 요건이 덜 까다로운 주식시장인 코스닥(KOSDAQ)이 있습니다. 코스닥시장 상장요건은 아래와 같은데요, 세전이익이나 매출 규모가 그리 높지 않아도 상장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업 초기에 연구개발비 같은 비용 투입이 크거나 사업 특징상 처음부터 이익을 내기 어려운 회사도 있습니다. 그런 회사의 경우 세전이익 조건을 없애는 등 진입 문턱을 확 낮춰주되 기술평가를 통과하면 기술성장기업으로 분류해서 상장시켜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벤처기업들이 이 기술성장기업 절차를 통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제3의 시장인 코넥스(KONEX)가 있어요. 코스닥에도 상장이 어려운 초기 중소기업을 위한 주식시장으로 코스피나 코스닥과는 달리 성장성과 안정성을 보증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 자격에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 규모의 스타트업 회사가 IPO를 추진한다고 하면, 이상 3개의 주식시장 중에서도 코스닥 상장을 뜻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떤 것들을 준비해 나가야 할까요?
먼저 대표주관계약 체결이 있는데요, 이 말은 상장주관사를 선정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상장 과정을 함께 할 파트너를 선정하는 거죠.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같은 금융사와 계약을 맺습니다.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하고 유관기관에 신고하면 IPO 상장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IPO 준비 과정에서 힘들지만 반드시 넘어야 하는 관문이 지정감사입니다. K-GAAP(일반기업회계기준)으로 임의감사를 받아왔던 회사라면,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 따라 다시 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만약 2021년도에 회계기준 전환을 한다면 2020년 기초와 기말, 2021년 기말 기준으로, 즉 2019~2021년 3개년 재무제표를 만들고 감사받아야 합니다. 지정감사는 IPO 심사와 공시를 전제하는 하는 감사인데다, 금융감독원이 감사인을 '지정'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감사인 입장에서도 일반감사보다 책임과 부담도 더 큽니다. 사업 영속성에 문제는 없는지, 잘못 회계 처리한 것은 없는지, 회사가 자산이나 손익을 뻥튀기한 것은 없는지 매우 철저히 검토합니다. 쉽지 않은 절차이지만, 어쨌든 거쳐야 하는 관문이므로 IPO를 준비하고 있다면 장부에 문제 될 만한 부분은 없을지 사전에 철저히 점검하고 합리적인 사업계획도 잘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지정감사 이슈와 더불어 내부회계관리제도도 구축해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회사의 회계처리가 적절하기 때문에 공시하는 재무제표의 신뢰성도 문제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스템이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것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최초 견적 단계부터 비용 지급 과정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시스템 내에서 적절한 승인 과정을 거쳐 진행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을 우선 제대로 구축하고 승인 절차도 세세하게 세팅해 주어야 합니다. 대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SAP나, 중소기업에서 많이 쓰는 더존이 이런 ERP 시스템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런 시스템이 구축되고 나면 일례로 예전에는 그냥 담당자가 전표 치고 끝나던 것도, 누가 전표를 작성했고 누가 그 전표를 승인했는지 등의 기록을 다 남기게 됩니다.
아까 보셨던 코스닥 상장요건을 보면 충족 요건 중에 '질적 요건'이란 것이 있잖아요? 기업의 계속성, 성장성뿐만 아니라 경영의 투명성과 안정성, 기타 투자자 보호 등이 중요한 심사 항목임을 볼 수 있습니다. 지정감사와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은 모두 이런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절차 중의 하나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거짓으로 재무제표를 꾸며서 주가를 높였다가 탄로 나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를 비롯한 투자자들에게 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재무 담당자에게는 무척 힘들고 번거로울 수는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절차인 이유입니다. 또 그래서 회사에 재무 담당자가 필요한 것이기도 하고요. 이처럼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하는 '질적 요건'을 위해 많은 규정도 필요합니다. 주주총회 운영규정, 이사회 운영규정,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규정 등을 새로 제정하고 정관도 상장사 표준에 맞도록 다시 손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참고글 : 기본적으로 어떤 규정을 갖추면 좋을까?)
기술상장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이라면 또 하나의 정말 중요한 관문이 바로 '기술평가'입니다. 당장은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나중에 꾸준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회사라는 것을 증명하는 절차입니다. 이 기술평가는 신청서 작성에만 최소 두 달 이상이 걸릴 정도로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술평가를 통과하려면 거래소에서 지정한 전문평가기관 두 곳으로부터 각각 A등급과 BBB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요, 이 평가기관을 지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내고서 본평가를 받기까지 2~4주가 소요됩니다. 또 평가기관의 현장실사 등을 포함한 본평가도 약 6주간 받고 나면 비로소 평가 결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최소 네 달 이상이 걸리는 쉽지 않은 과정이에요.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기술력을 실제 증명해 보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전사적인 역량을 총결집해서 함께 대응해야만 합니다. 기술평가 결과 일정 등급 이상을 받으면 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할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명의개서대리인 선임, 무상증자를 통한 유통주식수 확보 등 세세하게 준비해야 할 사항들이 무척 많아요. 그래도 일단 지정감사와 기술평가라는 큰 관문을 넘어섰다면 IPO 성공이라는 목표 바로 코앞까지 성큼 다가선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다. 상장사로 화려한 비상을 꿈꾸는 모든 스타트업 회사들의 건투를 빕니다!
한줄 요약 : 규모나 매출이 크지 않더라도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회사는 기술평가특례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질적요건을 갖추기 위한 지정감사 및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규정 정비 등의 절차 뿐만 아니라 기술평가도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