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위한 회계 (18)
회사가 외부로부터 투자받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있습니다. 돈을 빌리거나 주식을 파는 것. 그 방법에 따라 투자자는 채권자가 되거나 주주가 됩니다. 채권자가 되면 이자받을 권리가 생기는 것이고, 주주가 되면 배당을 받거나 주식을 팔아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것이죠. 그런데 채권자의 권리와 주주의 권리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사채가 있습니다. 전환사채(CB ; Convertible Bond)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 Bond With Warrant)가 그것입니다. 일반사채보다 이자율이 다소 낮은 대신 다른 추가적인 권리를 옵션으로 붙여준 것이 특징입니다. 아무래도 회사보다는 투자자에게 유리한 투자방식이지만 창업 초기 자금력이 약한 스타트업 회사들에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전환사채든 신주인수권부사채든 본질은 사채이기 때문에 계약 만기가 되었을 때 대여금 상환과 함께 이자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또 표면이자율에 따라 주기적으로 이자를 받을 수도 있지요. 그럼 이 둘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전환사채는 약정된 금액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1억을 빌려주었는데, 주당 1만 원에 주식으로 바꿀 권리가 옵션으로 부여되었다면 보통주 1만 주로 바꿀 수 있는 것이죠.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전환권이 아니라 신주인수권, 즉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사채에다 스톡옵션을 붙인 개념이라 보면 이해하기 편할 것 같아요. 이를테면 주당 1만 원의 행사가로 1만 주까지 스톡옵션 행사가 가능한 권리를 옵션으로 추가해주는 방식입니다.
이처럼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사채의 부채 성격과 주식의 자본 성격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는 이 부채 요소와 자본 요소를 구분해 주도록 하고 있어요.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의 회계처리는 꽤 복잡한 편이라 일단 이자율 반영 등은 무시하고 개념 정도만 이해하실 수 있는 선에서 설명해 볼게요. 먼저 전환사채 예시입니다.
1월 31일에 1000만 원어치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습니다. 그런데 사채상환할증금, 전환권대가, 전환권조정이라는 낯선 계정이 추가로 붙어있네요. 우선 사채상환할증금은 투자자가 계약 만기 때 상환권을 행사할 경우, 연복리 이자로 얼마를 더 붙이는 식의 조건부로 추가 지급해야 하는 비용입니다. '1000만 원 빌려주면 만기 때 150만 원을 얹어서 갚아'라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준 거죠. 전환권대가는 앞서 말씀드린 전환권 옵션을 부여해주는 대가로 추가로 빌린 돈의 가치를 나타낸다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900만 원만 빌려주려고 했었지만 주식 전환권 옵션을 붙여준 대가로 100만 원을 더 빌려줄게'라고 계약한 것에 대한 회계상 표현이에요. 사채상환할증금은 부채로 인식하고, 전환권대가는 자본으로 인식합니다. 그런데 이 사채상환할증금과 전환권대가는 지금 당장 갚거나 행사할 것이 아니라 나중 미래의 일이잖아요? 그래서 일단 전환권조정이라는 부채차감 계정을 사용해 사채상환할증금과 전환권대가 반대편에 똑같은 금액으로 기표해서 사실상 1000만 원이 들어온 현금과 전환사채 계정만 살려 놓습니다.
전환권조정 계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상각 되면서 사라지고, 나중에는 사채상환할증금과 전환권대가만 남게 됩니다. 매월 결산 때 전환권조정을 계약기간만큼의 월할 금액으로 상각해주고 상대계정으로는 영업외비용인 이자비용을 기표해 줍니다. 이때 일반사채처럼 매월 표면금리에 따른 이자를 지급해 주기로 한 약정도 있다면 그만큼 현금이 나갈 테니, 대변에 함께 기표합니다. 분기별로, 혹은 연단 위로 몰아서 이자를 지급한다면 현금이 아니라 미지급비용 계정이 달리겠죠. 아무튼 그렇게 매월 전환권조정을 상각해 나가다 보면 드디어 계약 만기일이 다가옵니다! 이때 투자자는 두 가지 옵션 중에 하나를 택하게 됩니다. 상환할증금까지 얹어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상환권을 행사할 것인가? 혹은 주식으로 바꾸는 전환권을 행사할 것인가? 회사의 미래성장성이 높아서 주식가치가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면 전환권을, 그게 아니라면 상환권을 행사하는 것이 합리적이겠지요. 전환권을 행사한다면 처음에 인식했던 전환사채, 사채상환할증금, 전환권대가는 모조리 반제되면서 '주식 액면가×주식수'만큼은 자본금, 그 초과금액은 주식발행초과금으로 인식해 줍니다. 상환권을 행사하면 전환사채와 사채상환할증금을 반제하면서 현금을 지급해 줍니다.
이번에는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예시를 볼게요.
흐름은 아까 전환사채와 매우 유사합니다. 다만 계정 이름이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전환권대가→신주인수권대가', '전환권조정→신주인수권조정'으로 바뀌었네요. 신주인수권부채도 만기일에 상환권을 행사할 때 추가로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면 사채상환할증금이 동일하게 들어갑니다. 역시 부채차감 계정인 사채상환할증금은 매월 결산 때 서서히 상각이 되고 그 상대 계정에 이자비용이 인식됩니다. 표면금리에 따른 이자지급 조건이 있다면 역시 현금이나 미지급비용을 대변에 인식할 테고요.
보통 신주인수권은 계약에 따라 언제든지 행사가 가능한데요, 이 예시에서는 그냥 계약 만기일에 행사했다고 해볼게요. 총 10주까지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데, 5주만 행사했다고 칩시다. 그럼 그 5주에 해당하는 행사금액을 회사에 추가로 입금하겠죠? 그리고 50%만 신주인수권을 행사했으니 발행 때 인식했던 사채상환할증금과 신주인수권대가의 50%을 반제해주고, 상대 계정에는 전환권처럼 '주식 액면가×주식수'만큼 자본금, 그 초과금액은 주식발행초과금을 인식해 줍니다.
신주인수권부사채가 전환사채와 좀 다른 점은 전환사채가 상황권과 전환권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인데 반해,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더라도 처음 빌려줬던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거예요. 아까 50%의 신주인수권을 행사했으니, 아직 50%의 사채상환할증금이 남았지요? 처음 빌려줬던 1000만 원에 이 금액을 더해서 상환하게 됩니다.
할인율 같은 주요 변수는 무시하고 그냥 회계 분개의 흐름만 간략히 보여드렸지만,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의 기본적인 개념 이해에는 도움이 되셨으리라 믿습니다. 혹시 정말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투자를 받게 되면 회계감사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정확한 계산은 전문가인 회계사의 도움을 받으시는 게 좋아요. 다만 일단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는 대체 뭔지, 재무제표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는지 정도는 미리 알고 있는 게 좋겠지요?
한 가지만 더 첨언드린다면, 지금까지의 설명은 일반회계기준이고 국제회계기준은 회계처리가 달라집니다. 여기서는 파생상품으로 보기 때문에 전환권대가나 신주인수권대가라는 자본계정이 없고 파생상품부채라는 계정을 사용해서 전액을 부채에 인식해줘야 해요. 또 파생상품부채는 공정가치 금액으로 표시해야 하기 때문에 매년 말에 공정가치평가를 해주어야 하고요. 공정가치평가 영역은 정말 어려우니 해야 할 안타까운(?) 상황이 생긴다면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