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모든 것 (5)
법인이 만들어질 때 무조건 함께 만들어야 하는 것이 바로 법인인감입니다. 개인에게는 개인인감이 있고, 나라에는 국새가 있듯이 법인을 대표하는 법인인감도 있죠. 법인이 계약하거나 거래하는 주요 증빙에 법인인감이 날인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도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회사가 자체적으로 법인인감을 만들고, 그냥 계약서에 도장 찍으면 무조건 유효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법인인감이 그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관할등기소에 등록이 되어있어서 인감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인감도 주민센터에 가서 등록하고 인감증명서를 받을 수 있듯이, 법인인감도 등기소에 등록하고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어야 비로소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겁니다.
이처럼 법인인감은 등기소에 반드시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보통은 처음 법인설립 신고를 할 때 함께 신고해서 등록을 하는데요, 혹시 그때 등록을 못 했더라도 관할등기소를 방문하여 등록을 하면 됩니다. IT강국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덕분에 인터넷 신고도 가능합니다. 방법은 아래 사이트를 참고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https://www.iros.go.kr/pos1/jsp/help2/jsp/002002004001.jsp
법인인감과 비슷하게 생긴 사용인감이 있는데요, 종종 둘의 차이가 뭔지 헷갈리지만 명확한 차이가 있습니다. 법인인감은 등기소에 등록되어 있고 등기소가 발급해주는 인감증명서도 있지만, 사용인감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예요. 사실 법인의 규모가 작고 도장 찍어야 할 서류도 그리 많지 않으면 사용인감이 굳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법인인감만 있어도 아무 문제없어요. 하지만 법인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사업장도 여러 군데가 되면 법인인감으로 모두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사용인감이 필요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본점이 서울인데, 부산에 지점을 설치했다고 할게요. 부산 지점에서 은행계좌를 개설하려고 하는데 회사 도장이 필요하겠죠? 그럼 서울까지 가서 법인인감을 가져온 뒤 사용한 뒤 다시 반납해야 할 텐데, 법인인감이 외부로 장시간 유출되면 분실 같은 위험이 따릅니다. 게다가 법인인감이 외부에 있는 동안 회사는 다른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도 없고요. 업무 마비가 되는 거죠. 그렇다고 매번 서류를 본점에 보내고 다시 받고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필요한 게 바로 사용인감입니다. 사용인감에 법인인감과 같은 효력을 부여해 주는 겁니다.
물론 사용인감 자체는 등기소에 등록되지 않은 인감이기 때문에 그 자체는 효력이 없습니다. 그 효력을 갖게 하려면 '사용인감계'라는 증빙을 별도로 만들어줘야 합니다. 법인인감과 사용인감을 나란히 날인한 뒤 법인인감증명서를 함께 첨부해서, 이 사용인감이 법인인감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고 회사가 인정해주는 겁니다. 이렇게 사용인감의 효력을 인정받고 나면 그 사용인감은 필요한 곳에 두고 계속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법인인감이 본체이고, 사용인감은 법인인감의 분신이다! 그래서 사용인감의 효력을 인정받으려면 사용인감계 증빙을 별도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렇게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참고로 사용인감은 법인인감의 분신이기 때문에 생긴 모양은 같지만, 도장에 들어가는 기호 모양이 좀 다릅니다. 법인인감에 ★ 기호가 들어간다면, 사용인감에는 ● 같은 다른 기호를 쓰거나, 숫자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인감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면, 1, 2, 3... 이렇게 차례대로 숫자를 새기면 관리하는 것도 좀 더 쉬워지겠네요.
회사에서 찍는 도장으로는 법인인감과 사용인감 외에도 직인이 있습니다. 직인은 사용인감의 일종이라 할 수 있지만, 동그란 모양의 일반적인 사용인감과 달리 네모난 형태여서 모양이 좀 다릅니다. 직인은 주로 외부에 발송하는 공문이나 회사 자체 증빙을 발행할 때 많이 사용합니다. 재직증명서를 발급하거나, 직원에게 상장을 수여하거나, 그럴 때 많이 쓰지요. 인감증명서 같은 증빙을 굳이 요구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직인을 주로 쓴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법인인감은 말할 것도 없고, 사용인감이나 직인 모두 회사를 대표해서 날인되는 도장이기 때문에 함부로 남용되면 절대 안 됩니다. 그래서 아무나 손댈 수 없는 금고 안에 잘 보관하고, 날인을 할 때는 반드시 인감관리대장에 기록을 해야 합니다. 이건 회사 내부통제시스템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회계감사를 받게 되면, 감사인이 요청하는 단골 증빙이기도 합니다.
도장 찍는 얘기가 나온 김에, 간인에 대한 얘기를 곁들여 볼게요. 계약서나 관공서 제출 서류에 간인을 찍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서류가 여러 장일 때 그 내용이 서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앞장을 반으로 접어서 뒷장과 맞닿는 부분에 도장을 찍어주는 거예요. 그런데 서류 장수가 매우 많으면, 이게 보통 괴로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 회사만의 고유 문양대로 천공(펀치)을 뚫어주는 압인기도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그 펀치 모양이 간인을 대신하는 겁니다. 그럼 이 간인은 법적으로 반드시 해야 하는 걸까요? 사실 간인이 법적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서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봤다는 것을 확인하거나 혹시라도 서류가 변조되지 않도록 예방차원에서 간인을 요청할 뿐입니다. 간인이 없어도 법적 효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점, 팁으로 기억하시면 좋겠네요.
아, 그리고 계약서를 2 부 작성하고 하나씩 나눠 가질 때, 그 2 부의 계약서를 맞대고 중간에 도장을 찍잖아요? 이 계약서는 서로 동일하다, 혹은 관련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거죠. 이것도 그냥 퉁쳐서 간인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이 행위의 진짜 명칭은 '계인'입니다. 간인(間印)은 間(사이 간)을 써서, 서류 앞장과 뒷장 '사이'에 찍어주는 것이고, 계인(契印)은 契(맺을 계)를 써서 2 부의 계약서를 서로 이어주는 거죠. 계인이든, 간인이든 법적 효력과는 상관없지만 관공서에 제출할 때는 이걸 안 찍으면 반려 당할 수 있으니, 이 점은 참고해주세요!
한줄 요약 : 관할등기소에 등록된 도장을 법인인감, 사용인감계를 발행하여 법인인감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인정한 도장을 사용인감, 사용인감의 일종으로서 공문이나 회사 자체발급 증빙에 주로 사용하는 도장을 직인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