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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욱 Jul 04. 2022

명확하게 지시하라.

인도에서 1년간 재무팀장으로 일한 적 있었다. 당시 인도법인 현지 직원들은 한국 사람들과 일해본 경험이 많아서 한국식 업무 스타일에 많이 익숙한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가끔 차이를 느낄 때가 있었다.


한 번은 업무지시를 하고 일주일 정도 지나서 진행상황을 체크한 적 있었다. 그런데 진행된 게 전혀 없었다. 살짝 화가 나서 왜 안했냐고 물었더니 내가 그런 지시를 명확히 한 적이 없단다. 명확한 지시가 없었으니 애초에 지시가 없던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땐 그게 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국에서 내가 배우고 일하던 방식은, 상사가 불분명하게 지시하더라도 대충 알아듣고 생각해서 일단 그 방향으로 해보는 것이었다. 그게 부하직원의 미덕(?)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니.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았다. 물론 명확히 지시해달라는 요청도 없이 그냥 가만히 있었던 그 직원도 좀 괘씸했지만.


리더가 명확한 업무지시를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우선 리더 자신도 그렇게 일했기 때문이다. 자신도 실무자 시절부터 개떡같이 들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며 일을 했으니까, 다른 직원도 똑같이 그럴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개떡 같은 말도 잘 알아듣는 본인이 대단한 것이지, 다른 직원들도 모두 그럴 거라 기대해서는 안된다. 팀원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책임을 그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책임은 지시한 리더에게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자기도 뭘 지시해야 할지도 잘 모르는 경우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으니, 그냥 너 알아서 해보라 하는 거다. 그리고 자신은 지시를 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 결과에 대해 면피하려는 것이다. 정말 이런 마음으로 지시를 한다면 리더로서 무척 무책임하고 비겁한 태도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건 미덕이 아니다. 찰떡같이 알아들은 팀원이 잘한 것이지, 개떡같이 말해도 된다는 면죄부가 전혀 아니다. 평소에 소통이 잘 안 되고 있다 느낀다면, 그 원인이 어디에 있나 스스로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원인은 리더에게 있다. 리더는 그러라고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사람이니까. 설령 정말 말귀를 하나도 못 알아듣는 팀원이라 하더라도, 귀에 딱지가 앉도록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그건 너무 힘들지 않냐고? 맞다. 힘드니까 리더다.


#오늘의JOB생각 #리더십 #리더 #팀장 #직장생활 #직장인 #업무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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