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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욱 Jul 06. 2022

"왜?"라는 질문에 직면하라.

직장 삼성에서 보냈던 7년여의 시간은 꽤 힘들고 괴로웠지만, 내게 일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고마운 곳이기도 하다. 매일 상사나 선배에게 혼나는 게 일상다반사였던 그 시간을 견디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금껏 먹고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 곳이란 사실도 분명하다.


당시 일을 하면서 실수로 혼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답을 잘 못해서 혼나는 경우도 매우 많았다. 그런데 내 상사가 특히 싫어했던 대답은 "예전에도 그렇게 해서 그렇게 했습니다."였다. 일을 할 때 가장 쉽게 참고할 수 있는 레퍼런스는 당연히 예전에 누군가 해놓은 일과 그 방법이다. 이미 사용되어 검증된 방법이니 똑같은 방법으로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렇게 일하다 보면 가장 본질적인 것을 놓칠 수밖에 없다. 정작 예전에 "왜" 그렇게 했었는지 모르는 것이다. 예전 방법 그대로 일하면 큰 고민 없이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생각 없이 일하게 만든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왜 그렇게 일이 진행되는지 모르고 일을 하면 기계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딱 프로그래밍된 만큼만 움직이는 기계처럼 더 이상의 성장이 없는 것이다.


삼성에서 보냈던 시간은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면서 답을 찾아야 했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은 너무 괴롭고 힘들었지만, 나름의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얻으며 성장해 왔던 것은 분명하다. 내 직장상사와 선배들이 나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던 것은 물고기 자체가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스스로도 과연 2~3년이나 버틸 수 있을까? 싶었던 재무업무를 지금껏 10년 넘게 하며 먹고살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함께 일하며 이끄는 팀원들에게도 그런 것을 가르쳐주고 싶다. 솔직히 내가 가진 물고기가 많으면 얼마나 많겠는가. 내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건 내가 가진 물고기가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물고기 잡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것이 그들을 더 단단하게 성장시키리라 믿는다.


"6월 1일 오후 1시경 회사가 특수관계자에게 1억 원을 4.6%의 이자율로 대여해주고, 6월 30일에 27.5%의 원천세를 차감한 29일 치의 이자와 함께 대여금을 상환받았다." 짧은 한 문장이지만 이 안에는 "왜?"라는 질문이 여러 개 숨어 있다.


"6월 1일~30일 기간 동안 대여를 했는데 이자를  29일 치만 계산하는가?"

"이자율은  4.6%로 정했는가?"

"원천세율은  27.5%인가?"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법인세법을 찾아보고, 국세기본법을 찾아보고, 민법까지도 찾아봐야 한다. 그리고 이 곳에 그 답이 숨어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열심히 검색해보고 관련 서적을 뒤적거려 보아야 한다. 만약 이전에도 동일한 거래가 있었다면 전례에 따라 똑같이 해도 일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하나라도 더 알고 스스로 성장한다.


회사에서 일하는 대가로 받는 보상을 '월급'에만 한정 짓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지식'도 내가 받는 보상 중 하나임을 알아야 한다. 그 보상을 더 많이 받겠다는 욕심으로 일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성장해 있는 나 자신을 볼 수 있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만들고 싶다면, 스스로 "왜?"라는 질문에 끊임없이 직면하라. 이제 막 일을 배우기 시작한 주니어급 직원이라면 더 진심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다.


#오늘의JOB생각 #직장생활 #직장인 #성장 #자기계발 #커리어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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