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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욱 Aug 08. 2022

사람과 기계가 다른 이유

회계적으로 임직원에게 주는 비용은 '급여', 기계 같은 유형자산과 관련해 발생하는 비용은 '감가상각비'라고 한다. 급여는 별도의 자산인식 없이 매월 비용으로 처리되고 유형자산은 구입 가격만큼 일단 자산으로 인식했다가 일정기간 동안 일정 금액만큼 균등하게 비용으로 처리된다는 차이가 있다.


(물론 어려운 작업이겠지만) 사실 급여도 감가상각비처럼 처리하겠다고 하면 못할 것도 없다. A직원의 기대 근속연수 기간 동안 발생할 총 예상 급여를 자산으로 인식 후 매월 감가상각비처럼 인식하면 된다. 하지만 그런 회계처리는 세상에 없다. 여러 회계이론과 근거를 들이댈 것도 없이, 사람과 기계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굳이 회계 계정과목을 들먹이며 사람과 기계가 다르다는 걸 설명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상식적으로 안다. 기계의 특징을 두 가지만 꼽자면, 1. 어떤 기계를 들여오든 스펙이 동일한 이상 동일한 성능을 낸다. 2. 유지보수에 비용을 많이 들이는 기계일수록 좋은 성능을 오래 잘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간혹 직원도 이렇게 관리, 좀 심하게 말하면 취급하는 경영진이나 리더가 있다. 1. 누구를 그 자리에 갖다 앉혀놓든 비슷한 스펙이라면 비슷한 퍼포먼스를 낼 거라 생각한다. 2. 돈으로 대표되는 보상만 적당히 해주면 그만큼 일을 잘 해낼 거라 기대한다. 


이런 리더들이 보이는 특징은, 사람을 딱히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치 전자기기가 잘 작동하지 않으면 손으로 탕탕 때려보듯이, 사람도 막 다뤄도 괜찮다 여긴다. '너 그런 일하라고 뽑은 거야'라고 늘 상기시키며, 돈을 주니까 그래도 된다고 여긴다. 퇴사율이 높아도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 결국 힘들어서 나가떨어지더라도 누구든 비슷한 경력의 사람을 뽑아서 자리만 채워 넣으면 회사 돌아가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여긴다. 사람을 기계나 다름없게 여기는 것이다.


사람이 기계와 다른 점은, 모든 사람이 균등한 경력, 능력, 자질, 태도, 경험, 업무지식, 노하우 따위를 갖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그 회사에서 5년간 일한 직원과, 1년간 일한 직원과, 막 입사한 직원이 가진 그 회사와 업에 대한 이해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막 들어온 직원이 5년간 일했던 직원들을 바로 대체할 수 없다는 건 너무 당연한 상식이다. 그럼에도 오래 일한 직원이 나가도 다시 새로 채우면 그만이라 생각하는 리더들이 의외로 많은 듯하다.


사람이 기계와 다른 점 또 한 가지는, 감정을 지닌 존재라는 점이다. 기계는 5년이든 10년이든 일정한 내구도를 가지지만, 사람은 자신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느끼는 감정에 따라 10년의 내구도를 갖기도 하고 단 1개월의 내구도를 갖기도 한다. 기계는 번아웃이 없지만, 사람에게는 번아웃이 있다. 게다가 자신이 소중히 여겨진다 느끼는 직원은 종종 자신의 역량보다 더 큰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한다. 사람이 기계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이다.


자신이 차라리 유형자산으로라도 여겨지면 다행이지, 아예 소모품 취급받는 것 같다고 푸념하는 직장인들도 있다. 그런 감정으로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다니는 직원들이 많은 회사라면,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는다고 느끼는 직원들이 더 열정적으로 일하고 더 많은 퍼포먼스를 낸다. 회사의 성장에 더 많이 기여한다. GE 회장을 지낸 잭 웰치가 했다는 이 말을 늘 마음에 새겼으면 한다.


"돈, 아이디어, 사람, 이 세 가지는 필요한 곳에 흘러들어가 소중히 다뤄지는 곳에 머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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