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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류아 Nov 03. 2015

거위의 꿈, 우리의 꿈

당신만이 들을 수 있는 '울림'이, 들리나요?

먼저는 제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당신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있나요?


"전 결국 무슨 일을 하든지 글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국문과 복수전공을 상의하는 자리에서, 교수님께 말씀드렸다. 복수전공이 녹록치 않다, 알다시피 취업이 잘 되는 과는 아니다.. 이런저런 현실적인 고려와 조언을 주셨다.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또 국문학은 글쓰기 자체와는 크게 상관없이, 더 크고 넓게 공부하는 것도 잘 알았다. 그래서 더더욱 그 마음 씀씀이는 감사했지만, 뜻이 변하지는 않았다. 사연을 펼쳐보였다. 교수님은 잠시 침묵하시더니, “잘 해보자.”하고 등을 두드려주셨다.


 며칠 전에 출판공모전 결과가 발표되었다. 글이 SNS에 소개된 적도 있어 내심 기대했었는데, 결과는 낙선이었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허탈함이나 박탈감은 없었다. 오히려 기뻐서 배시시 미소 지었다. 비록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여정을 시작했다는 점으로 충분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상을 다 받은 터였다.


 어제 친구와 노래방에 갔다. 뭘 부를지 고민하다가 대뜸 <거위의 꿈>(*링크)이 생각나서 부르기 시작했다.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히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피아노연주와 함께 조곤조곤 진행되는 멜로디. 천천히 흘러가는 가사. 동시에, 머릿속은 빠르게 과거로 빨려 되돌아갔다. 결코 잊지 못할 몇몇 순간이 섬광처럼 반짝였다. 비록 아픔 때문에 여기저기에 버려지고 찢겼지만,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들. 가장 길게 머무른 잔상은 처음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행복하게, 해맑게 웃으면서 원고지 빈칸을 채웠던, 터질 듯한 두근거림으로 어쩔 줄 몰랐던 그 순간.


혹 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 내 등 뒤에 흘릴 때도 
난 참아야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날을 위해     
늘 걱정하듯 말하죠 헛된 꿈은 독이라고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날부터 내 꿈은 작가였다. 작가가 뭐하는 사람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했으면서, 이야기를 짓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여기 내가 있다고, 세상이 내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길 바랐다. 내게 관심을 가지고 집중해주기 바랐다. 그러기 위해서 글을 잘 써야 했다. 잘 쓴 글은 많은 사람들이 읽고, 감동하니까. 좋아하니까.

 하지만 현실은 깜깜했다. 좋은 대학을 위한 입시의 압박, 장래에 먹고 살 고민,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 부족한 실력에 대한 무력감, 사방에 널린 수많은 천재와 수재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정진했으나, 입시를 마칠 무렵에는 에너지가 고갈되어 주저앉아버렸다. 국문과나 문창과를 가고 싶었던 작은 꿈 또한 좌절되었다.

꿈의 좌절과 방황. 그렇게 나는 이십대를 시작했다.

 대학교 입학 후 나는 지지부진하던 마지막 소설을 미완인 채로 탈고했다. 그리고 다시는 손대지 않았다. 새로이 쓰지도 않았다. 글을 올리던 블로그도 닫아버렸다. 다만 일기장 속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갔다. 필요하지 않은 이상, 글은 철저히 혼자 간직했다. 밖으로 공개하는 것도 무척 꺼렸다.

 하지만 붓을 꺾은 건 아니었다. 조금씩 썼다. 주로 내 마음에 대해서. 사람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 계속 탐구하고 쓰고 다듬고 보듬었다. 대외적으론 누군가 다시 글쓰기를 권유해도 ‘예전엔 문청’이라며 웃어넘겼지만, 주체할 수 없는 갈망은 혼자서 지속적으로 쓰고 쓰게 만들었다.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살다보면 가끔 그런 순간이 온다. 문장이 가슴 깊은 곳을 두드리는..

올해 8월, “잊고 있던 작가의 꿈을 펼쳐보세요”라는 문장을 마주했다. 그 문장 앞에서 무너지듯 울었다. 영문도 모르고 하염없이 울었다. “외면해서 미안해.”라는 울음이 계속 나왔다.  오랜 시간 스스로에게 털어놓지 못했던 고백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다시 글을 쓰자. 더 이상 혼자 보는 글 말고, 다시 한 번 세상 밖으로 나가자. 마음속 깊숙이 고인 내 언어들을 표출하자. 내 아픔과 상처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고 세우자. 글로써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만들어보자. 비록 내 글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없이 많은 글 중 하나겠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세워진다면 그거로 충분하지 않은가. ‘상처 입은 치유자’라는 내 사명과도 이어진다..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수 없죠

 아아 그래.. 어쨌든 꿈을 따라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소위 ‘밥벌이’로는 다른 일을 택하더라도, 결국 각 사람에게 주신 가슴 깊은 울림을 따라 살아야 한다고. 꿈과 사명 따라 후회 없이 평생을 살고 싶다. 왔던 곳으로 돌아가기까지 열심히 살아보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글을 쓴다. 사명감을 가지고, 마음속 ‘울림’에 반응해서.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닿고 싶어서.  

   


 현실이 안 그렇다, 너무 늦었다. 나는 아니다. 이미 실패했다, 해봐도 잘 안 된다.. 그런 이유로 소중한 자신의 꿈을 애써 외면하지 마세요.. 다만 솔직하게 어루만져주세요. 그리고 다시 한 번 마음에 귀 기울여 주세요. 주의 깊게. 당신만이 들을 수 있는 '울림'이, 들리나요?

 잊지 마세요. 당신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든, 어떤 꿈을 가졌든, 홀로 서있다고 생각해도, 당신을 응원하는 존재가 있어요. 누군가는 당신을 응원하고,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어요. 나도 마찬가지고요.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해요-

우리, 여기 있을게요. 당신을 기다릴게요. 당신과 당신의 꿈을 응원하면서..



관련 글: "거기 머물러줘서 고마워.."

출처:

표지 이미지: http://www.psartwallpaper.com/ "거위의 꿈"

1번 이미지: http://www.devianart.com/ "Night road" by igorda

2번 이미지: https://commons.wikimedia.org "Another sunset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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