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류아 Apr 10. 2017

여의도의 꽃, 사람들의 꽃

저마다 마음속에 만개한 꽃들

지난 토요일(4/8), 여의도에 다녀왔습니다.

직접 찍었습니다. 사진 잘 찍는 분들이 몹시 부럽더라구요~

 생전 그 유명한 '여의도 벚꽃놀이'를 가본 적이 없었는데, 어찌저찌하여 스윽 갔다왔습니다. 연인과 가족들 물결에 조용히 섞여 여의도공원 일대를 몇 시간, 조용히 걸었습니다.

 햇빛은 길게 내리쬐었습니다. 마치 '나는 봄이다!'하고 선언하듯이. 은총이 임하듯 따스히 스며드는 햇살에, 사람들은 '우와!' '날씨 좋다!' '이젠 정말 봄이네.', '너무 예쁘다..'와 같은 감탄으로 화답했습니다. 푸른 하늘은 드높았고 구름도 별로 없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다만, 주인공 격인 들은 아직 만개하지 않았어요. 양지바른 곳은 거의 다 피었지만, 대부분은 푸른 싹눈만이 옹골차게 돋았을 뿐. 시기가 이른지, 기대에는 못 미쳤습니다(싹눈은 사진을 안 찍었네요. 새삼 아쉽다..). 글쎄요, 목요일 즈음이나 이번 주말엔 대부분 흐드러지게 필까요?


 정처없이 걷다가 시무룩해서 벤치에 앉았습니다. '에이.. 너무 일찍 왔어 ㅜㅜ'하고 부루퉁했죠. '꽃구경한다고 이렇게 멀리 올 사람도 아니거니와, 이쪽 동네 자체를 올 일이 별로 없는데. 기왕 온 거 다 피어 있으면 얼마나 좋아!' 하고 불평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조용히 주변 풍경을 관조했습니다.


초상권 보호 ^_^

 꽃 대신 사람들을 관찰했습니다. 연인이 제일 많았고 친구끼리도 꽤 있고, 부부와 가족도 아주 많았습니다. 다시 일어나 천천히 거닐었습니다. 걸으면서, 혹은 쉬어가려 앉은 풀섶에서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된 사연들은, 참 다양했습니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라는 상투적인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인생의 수만큼, 이야기는 다양했습니다. 나는 그 조각들을 조심스레 그러모아 마음 어딘가에 간직해두었습니다. 그들은 이내 씨앗이 되어 움트며, 새로운 광경과 깨달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여의도의 꽃은 아직 다 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속 꽃은.

 여의도의 꽃은 아직 다 피지 않았습니다. 정말 그래요. 하지만 그곳을 거니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만개한 꽃이 저마다 하나씩 피어 있었습니다. 가슴속 희망, 소망, 사랑으로, 각자 삶의 서사를 뿌리 삼아. 나는 그 꽃들 하나하나를 자세히 묘사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따뜻한 봄 햇살을 담뿍 머금은 생기로 가득'했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느꼈습니다. 그리고 더할 나위 없는 아름다움도.

 나는 순례자가 된 심정으로, 저마다의 꽃이 더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그래서 우리 사는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지기를, 진심으로 기도했습니다.

 언젠가 길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이날 본 '저마다의 꽃'이 아름답게 핀 길을. 외딸게 제각각 늘어서 있지 않고, 어우러져 한데 모여 향그럽게 핀 꽃길을.


 그 길 위에, 내 마음속 소중한 꽃 한 송이도 한껏 피어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꽃과 어우러져서.



세류아의 다른 글 보기 ->

매거진의 이전글 가만히 누운 방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