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다릴께

심술쟁이

by 한명화

며칠째 동이 비

그렇게 애타게 기다려도

들은 척도 안 하더니

왠일로 한꺼번에 몰려와 심술 부리는지

개천가 갈대는 다 뉘어놓고

일어나지 못 하게 꼭꼭 밟이서

거리 안내 기둥 우악스레 뽑아 동댕이 치고

봐 ㅡ심술쟁이 잖아


잘한 일도 있구나

긴 가뭄 불볕 더위에

개천은 냄새나고 썩어갔는데

이 참에 깨끗이 청소해 놓고

길가에 버찌그림 아직이었는데

이 참에 다 지워 주었네

풀숲 친구들은 신이나 싱글벙글

찜통 무더위도 데려가 주었구나


그래도

동이 비는 심술쟁이 맞아

많은 사람들 눈물 짓게 했으니

그 눈물 언제 마를꺼나

개천가 갈대 춤도 볼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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