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다릴께

기억력 회복

by 한명화

참 너무도 열심히 살았다

그것도 당당한 걸음으로

마음 나누며 살려 노력하면서

바쁘게 참 바쁘게 살아왔다

아직은?이라고 할 때쯤 이상하게도

숫자의 조합을 읽고 바로 쓰기가 어려워

한 번에 두세개 또 한두개 왜 그러지?

은행계좌도 몇 번씩 보고 쓰고 쓰고는

앞뒤가 바뀐 건 아닌지 확인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세상 속 바쁘게 뛰던 일 내려놓고

서방님과 손잡고 운동이라며 걷고

글감 핑계로 여행도 다니고

자식들 걱정도 어쩌겠어

스스로의 삶의 길

잘 찾아가겠지 라며 내려놓고

어느 순간 내 머릿속은 꽉 채워진

생각 바위가 툭 떨어져 나간 듯

단순해짐을 찾아갔다


응?

그런데

내 차량 번호도 잘 기억 못 하던

머릿속으로 언제부터인가 숫자가 들어온다

서너번 보아야 썼던 긴 줄의 숫자

전화번호를 저장할 때의 숫자

지나가는 차량 번호의 숫자

제 할 일 못하고 있는 분당 천가 가로등 번호


아!ㅡ그렇구나

삶에 길 위에서 뭐든 머릿속에 저장함으로

내 머릿속이 과부하가 걸렸던 것이었나 보다

나름 한때는 컴퓨터라는 별명도 들었었는데

짝꿍이 옳았다

세상 짐 다 진냥 살지 말고

이제 남은 생 둘이 손잡고

쉬엄쉬엄 여행 다니며 사세나 ㅡ라시던

그래서 돌아왔구나

짝꿍 말 잘 듣고 여유를 데려와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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