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파란 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명화 Jul 17. 2020

정선5일장의 발길

오전 9시 20분

좀 이르다 싶었지만 5일장의 특성상 벌써 장이 섰을 것 같아 장구경에 나섰다

맞다

벌써 장은 시작되었고 손님들도 많지는 않지만 있었다

천천히 들어가고 있는데 표고버섯을 커다란 비닐봉지에 담아놓고 만원이라며 사라는 사장님ㅡ

우리 동네에서는 생각도 못할 양이었다

물론 상품성은 많이 떨어졌지만 그 엄청난 양에 구미가 당긴다

눈치 빠른 사장님 ㅡ

'이거 갖다가 장아찌 담아 드세요

아주 쫄깃쫄깃 맛있습니다

장아찌는 꼭지를 반쯤만 자르고 하루정도 반건조되도록 말려 절대로 물에 씻지 말고

그릇에 켜켜 담은 후 간장을 맛있게 양념해서 끓을 때 팍 부으세요

그리고 며칠 후 간장을 딸아 한 번 더 끓여 부으시면 끝ㅡ쉽지요'

솔깃한 설명에 꼴깍 넘어가 그 많은 양의 표고버섯을 덜컥 사 버렸다

그래 까짓 담아보지 뭐ㅡ용기백배

정선장에는 없는 것 빼고 거의 다 있는 듯

장아찌가 줄지어선 곳을 지나며 물어보았다

'명이나물 장아찌는 어떻게 파시나요'

흘끗 바라보던 아주머니 안 살 것 같았나?

'시인데 값 알려줄 수 없어요'란다

마음에 걸렸지만 다른 곳들에 볼 것이 많아 이곳저곳 둘러보니 오늘은 유난히 버섯류와 황기가 그리고 더덕이 많이 나와 있는 듯했다

이런저런 먹거리들이 준비되고 있었고 더덕을 팔기 위해 열심히 더덕껍질을 벗기고 계신 할머니들 세분

한 봉지에 1만 원이라 붙여놓았기에 한 봉지 주시라하고 보니 아직 봉지를 채우시지 못해 마주 보며 큰 웃음으로 인사 나누었다

이곳저곳을 돌아보다 언뜻 생각난 명이나물 조금은 미안했었는데

시 안 해서 가격을 알려줄 수 없다던 부부가 생각나 그럼 가서 첫 손님이 되어 드려야지 라는 마음에 다시 찾아갔다

조금 전에 시를 안 해서 가격을 알려 줄 수 없다셨는데 첫 손님이 되어 드리려고 왔다며

보니 이곳에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가격 표시가 없었다

다른 곳에선 심지어 마늘을 뽑아오신 분들도 그 앞에 가격 표시가 있었고 황기며  버섯 그 외에 전시된 많은 상품의 가격이 붙어 있었는데 이곳에는 가격표가 없어 손님인 나에게는 어떤 선택권이 없어 망설이다가 조금만 사자 여행 중이니 라고 결정하고 명이나물 장아찌 10,000원어치만 사겠다하자 그제야 명이나물 장아찌는 400g이 한근이라며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간장에 젖은 장아찌 400g의 양을 담으시며 이 한 근의 가격은 30,000원이라는 것이다

소고기보다 비싸서 아껴 먹어야겠다며 어쩔 수 없이 사야만 했다

왜? 첫 손님이 되려 왔다 했으니까

뭔가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았으나 많이 파시라 인사하고 나와 열심히 인터넷을 두드려 보았다

명이나물 장아찌ㅡ그 어디에서도 400g에 이렇게 비싼 가격은 찾을 수가 없었다

순간 이곳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즐기며 맛있는 것도 먹고 5일장의 정취를 느껴 보자는 생각이  쌱ㅡ사라졌다

요즘 관광지

지자체마다 없는 손님 끌어들이려 성심을 다하고 있다

내가 느낀 정선도 깨끗하고 친절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알리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느꼈다

그 많은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건 아주 작은

개인의 이기주의 에서  시작된다

가격을 그보다 더 많이 받아야 해도 그 값이 정당하다면  떳떳하게 가격표를 붙이고 손님이 선택을 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자신이 그 값에 먹겠다고 선택을 했기에 서로가 정당한 것이다

그러나 가격표시를  하지 않아 손님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사겠다고 면 슬며시 가격을 말하는 상인의 상술에 그 값이 아무리 정당하다 해도 손님의 입장에서는 믿기 힘들 것이다

개인의 이기로 인해 믿음이 무너진다면 과연 그 손해는 누구에게 가는 것일까

좋은 마음 베풀려다 씁쓸함만 안고는 발길을 무심히 돌려 버렸다

어쩌면

아니 아마도 다시 정선장을 찾을까?라는 질문을 안고.


매거진의 이전글 최고령 물레방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