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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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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Oct 25. 2020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뵙다

넷째

가파른 계단을 올라 팔만대장 문을 들어서니 오랜 세월 입은 칠이 바랜 건물이 눈 앞에 있었는데 건물에는 나무 창살이 쳐져있고 경계선이 있어 가까이 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

팔만대장경판을 보기 위해 몇 군데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을 설치해서 창살 사이로 들여다볼 수 있게 했는데 팔만대장경판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누구나 들어가 본다면 이 보물이 지금껏 저리 보존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갇혀 있는 것 같은 안쓰럽게 느껴짐은 웬 아이러니인지ㅡ

팔만대장경판이 지금껏 보존할 수 있었음은 바람이 통하고 습기를 쉽게 제거할 수 있는 건물을 창안 저처럼 나무 창살을 만들었기 때문이란 이야기에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수많은 판을 보관하기 위해 빙돌아가며 지어진 빛바랜 건물에는 똑 같이 나무 창살이 있고 경계선이 둘러쳐 있었으며 관리하시는 분들이 행여 더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주의를 주고 있었다

천천히 건물 한 곳 한 곳 창살 사이로 들여다 보고 몇 군데는 카메라에 담으며 그 내용은 알 수 없으나 우리의 귀하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대하자 이 판을 새기시던 분들의 열정과 사랑과 끈기와 인내와 자부심으로 빛나는 모습들이 눈앞을 스치는 것 같은  가슴 뜨거워지는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팔만대장경을 둘러보고 나자 이 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파란 가을 하늘과 조화를 이룬 알록달록한 자연 그리고 더 멋스러운 우리의 건축 양식인 기와의 선들이 어우러져 우리의 자연이, 우리의 건축양식이, 우리의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가슴 깊이 담으며 감상에 젖어 있는데 법고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 내려가 보니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법고 연주에 매료되어 있었다

법고 연주가 끝나자 이번에는 범종 타종이 시작 되었고 그 종소리가 얼마나 은은하고 감미로운지 세상사에 물든 온 정신을 정화시키고도 남을만했다

시간을 염두에 둔 우리는 너무도 아름다운 범종소리를 들으며 산문을 나서고 있다

성철스님을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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