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다녀온 해인사
전시된 여러 탱화 작품 가운데
눈에 띈 세조의 어진
다가가 유심히 들여다본다
마치 관상가가 된 듯이
넓적한 얼굴에
입 꼬리가 올라간 앙 다문 작은 입
매서운 듯한 눈초리에
두꺼운 일자 눈썹
유난히 길게 붙은 귀
왕좌에 앉은 모습은 유추컨대 작은 키
내가 왕이 될 상인가?
관상가에게 물었다는데
이 모습이
왕이 된 상인가
숱한 목숨 빼앗고 고작 14년 앉은자리
아들 둘에 며느리도 먼저 떠나보내고
꿈속 단종 어머니 침 뱉은 자리 시작
심한 종기 고생에 오대산 상원사 계곡에서 목욕하다 문수동자에게 치유받았다는데
많은 목숨 빼앗은 죄는 꿈속 괴로움에 잠들기도 힘든 육신의 고통으로
왕좌 내려오려해도 신하들의 반대에 마음대로 내려오지 못하다가
억지로 옷 입혀 세자에게 왕위 물려주고
바로 다음 날 생을 마감했다는데
그런가 보다
수많은 목숨을 빼앗은 자
잠도 편히 못 자다가 스스로의 괴로움에
죽어서나 편안할까
죽임을 당한 수많은 영혼들
길목 지키고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