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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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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Dec 16. 2020

백마 타고 오는 초인 부르다간 이육사

ㅡ광야ㅡ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지 못하였으랴


끊임없는 광음은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육사 본명 이 원록

40여 년이란 짧은 생애에 17번의 옥고를 치르고 온 몸 짓이겨지는  그 고통 속에서 1944년 멀고 먼 타국 베이징 감옥에서 옥사하고 만 민족 시인

광야의 초인을 애타게 불렀지만 백마 탄 초인은  그를 떠나보내고 1년 후에 찾아왔으니 1945년 8월의 광복이다

수인번호 264 그의 고통 속에 얻어진   필명인 시인 이육사라 부르고 있다

그의  시를 읽고 그에 대한 짧은 지식을 얻다가 그를 제대로 만나고픈 마음에 이육사의 기념관을 찾았다

안동의 어느 깊은 시골 산속에 덜렁 세워진 이육사 문학관은 큰 맘먹고 찾아와야 할 것 같은 위치였다

열을 체크하고 방문록을 기록 후 입장

이육사의 활동을 돌아보며 형제들과 온 집안이 다 독립운동에 한마음 된 대단하신 분들이었구나라는 감탄을 하며 전시된 활동 내용을 천천히 돌아보다가 울컥 눈물을 쏟아내고야 말았다

전시된 한 곳의 내용에 감옥에 있을 때 집에서 따뜻하게 입으라고 옷을 새로 지어 넣어 주었는데 일주일 후 갈아입을 옷을 넣어주고 빨래하기 위해 받아온 옷은

일주일 전에 깨끗하게 새로 만들어 넣어준 그 옷이 온통 피범벅이 되어 나왔다는 것이다

얼마나 고초를 당했으면 두꺼운 그 옷이 피범벅이 되었을까

그 옷을 받아본 가족들의 오열하는 모습과 그 고통을 당해야 했던 모습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 같음에 마음이 미어져 울컥 대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40년의 짧은 생에 열일곱 번이나 감옥에 갇혀 온갖 고초 속에서도 주옥같은 시를 썼던 수인번호 264

텅 빈 문학관을 짝꿍과 거의 돌았을 무렵 20대 후반쯤 보이는 듬직한 청년이 멈추었다 느린 걸음 띠기를 반복하며 유심히 관찰하는 모습이 왜인지 무척 고맙게 느껴졌다

그래 나라 사랑은 변절자들의 입으로 가 아닌 이렇게 목숨까지도 내놓는 애국지사들이 있어 오늘날 우리 땅에서 우리의 말과 글로 평안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깊이 담아 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청년의 뒷모습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다 문학관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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