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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붓
커피 두 모금에 이유 찾았다
by
한명화
Jan 4. 2021
소한이 쿵쿵 가까이 오는 소리를 내며
강추위를 앞세우는 요즘
행여 감기라도 따라붙으면 영락없는 코로나 환자로 오인받을 것이 염려되어 새벽 걸음을 잠재우고 따뜻한 이불속이 더 있으라 붙잡아 며칠째 게으름 놀이에 푹 빠져있다
일찍 일어나 숨길 찾기도 못하고
썰렁한 공기에 스트레칭도 하기 싫고
아직 해님은 오시지도 않고
책을 계속 읽으니 눈이 아프고
그러다 보니 일찍 나와 특별히 할 일도 없고
핑곗거리도 가지가지한다
늦은 아침 그래 봐야 7시 20분경 간편식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이불 정리를 한다
며칠 전 할 일 없이 Tv앞에 앉아 있다가 어느 연예인이 이불속에 누워 너무 따뜻하고 좋다며 행복해하는 표정에 낚여 산 이불이 너무 가벼워 깊은 잠을 잘 수 없다고
그렇구나
우리는 어려서부터 포근하게 눌러주는 솜이불을 덮고 잠이 들었는데 솜털처럼 가벼운 이불을 덮으니 살짝 눌러주는 맛이 없어 포근하지도 편안하지도 않아 수차례 잠이 깼다 들기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로구나
그래서 다시 이불을 거두고 두툼한 담요 이불을 겉 이불속에 넣어 덮으니 따뜻하고 편안하게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겉 이불속에 넣은 담요 이불이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쏠림현상이 나와 따로 놀지 않도록 큰 바늘에 면실을 꿰어 고정 작업에 열심을 내고 있는데 들려오는 반가운 음성
' 티 타임 시간 오는데 다 끝나가는지 '
' 오우케이 다 끝났습니다'
부지런히 마무리를 하여 침대에 깔아놓고 나오니 거실 탁자에 나란히 있는 두 잔의 커피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다
아무리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콕이라지만 Tv쇼핑몰 작작 보라고
요즘 띵똥 소리 너무 잦은 것 아니냐고
바라보면 구매욕구 넘쳐난다고
스스로를 자책하면서도
향긋한 커피 한 모금에 빙그레
그래도
쓸데없는 것은 절대 사절했어
식구들 먹거리 맛있어 보여 샀고
또 필요하다 생각해서 샀고
이불?
정말 필요했나?
장롱 속 이불 잔뜩이던데?
일가친척 결혼 때 선물 받은 이불들 비싼 값은 냈는데 키가 큰 짝꿍에겐 사이즈가 맞지 않아 있으나 마나이고
정말 따뜻하다해서 제일 큰 사이즈로 샀지
누가 그렇게 가벼울 줄 알았나
커피 두 모금에 이유 찾았다
봄이 오는 길목에 덮으면 되지
맞아ㅡ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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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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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화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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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작가
찔레꽃 안부
저자
삶의 날들에 만난 너무도 좋은 인연들의 사랑에 늘ㅡ감사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아직도 마음은 소녀랍니다 은빛 머릿결 쓸어 올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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