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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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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Jan 07. 2022

소년의 기념관

강원도 평창 노동리에 위치한

이용복 소년 기념관을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자 잔디마당 한쪽에

하얗고 높다란 틀 안에 어린 소년의 동상이 보였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 본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라며 주먹을 불끈 쥔 소년의 모습이 하얀 소년이 되어 있었

그 옆으로는 어린 소년이 살았던 옛 집이 있는데 강원도 평창 노동리 계방산 기슭 아래 화전민의  구조가 이랬었구나 라며 돌아보다 깜짝 재미있는 사실은 짚으로 엮어 놓은 짚단이 어라? 이건 나일론이잖아 좀 어이가 없었다

그렇구나 짚은 매년 새로 옷 입혀야 하고 색도 퇴색이 되지만 이건 감쪽같네

색도 변하지 않고 매년 손쓸 필요도 없고 자세히 보지 않음 모르겠잖아ㅡㅎ

한바탕 웃고는 집 옆 커다란 관찰 학습실?로 향했는데 코로나로 굳게 닫혀 있었다

그곳을 돌아 나와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로 가는데 운동장 한옆으로 다시 어린 소년의 동상이 서 있었다

입구하얀 동상보다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어린 이승복  더 반가웠다

교실 앞에 도착해 문을 열어보니 여기도

굳게 닫혀 있었고 유리창 안쪽 교실을 들여다보니 책상과 걸상 교탁과 칠판이 보인다

교실을 살펴보다 어디선가 들리는 듯 한 소리는 교실 바닥에 무릎 꿇고 줄 맞추어 앉아 나무 바닥에 초 칠을 하고 하나, 둘, 셋, 넷을 외치며 마른걸레질을 하는 꼬맹이 여자 아이들의 밝은 모습이 떠올라 빙그레 입가를 채우며 교실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을 눈앞의 추억에 잠겨있다가 깜짝 놀라 뒤돌아 나오는데 운동장 가운데 철로 된 구령대가 예전의 모습 그대로 서 있었다

어린 눈에는 엄청나게 크고 높은 곳에 교장 선생님이 오르셔서 훈화를 하시던 모습과

운동회를 위해 선생님이 그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앞으로, 뒤로, 줄 맞추고, 자 돌아 천천히 라시며 마스게임을 가르치시던 모습도 함께 따라와 춤을 추고 있었다

구령대에 올라 교장선생님이 되어 인사말을 시작하자 짝꿍은 어서 내려오라고 난리다

칫ㅡ 얼마나 재미난가 잠시라도 ㅡㅎ

일장 연설을 마치고 6.25 때 사용되었던 모형의 배와 비행기 탱크 등이 전시되어 있는 무기를 살펴보고 한편에 마련된 긴 의자에 앉아 잠시 쉬며 천천히 돌아본 소외의 시간이 된다

그러고 보니 어쩐지 이승복 기념관은 예전 같지 않고 이제는 좀 잊혀가는 곳이 아닐까

왜인지 쓸쓸함이 묻어나는 느낌이 든다

이런저런 예전 반공 이야기를 나누다 여고 때 제식 훈련 구령이 떠올라

하낫, 둘, 셋, 넷,

뒤로 돌아ㅡㅡㅡ가

앞으로ㅡㅡ가 를 신바람 나게 외쳐 보았다

짝꿍의 군대 시절 이야기도 하며 운동장 쪽 학교의 옛 교문으로 걸어 나오다 어린 시절 그렇게 크고 우람해 보였던 것들이 이제는 너무 작고 낮고 어설퍼 보이는 현실에 갑자기 쏜살같은 세월의 흐름이 다가와 희끗희끗 머릿결 넘기며 교문에 기대어 본다

어린아이 이승복의 절규를 되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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