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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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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May 05. 2021

높고 넓은 육백마지기

청옥산 1256 고지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육백마지기다.

육백마지기를 향해 오르는 길은 심한 굴곡의 길에 그 경사도가 높아 가슴을 졸이고 꼬부랑꼬부랑 길을 흔들리며 고도를 높여가지만 길 양옆의 숲이 주는 신선함에 안정감을 느끼며 올라갈 수 있었다.

소나무 숲을 지나 하얀 피부를 자랑하는 자작나무 숲도 지나고 청옥산 중턱의 작은 마을도 지나 산 정상을 향해 오름은 계속되었는데 어느 시점이 오자 도로는 비포장으로 변했고 눈에 들어오는 풍력 발전기의 우람한 모습이 위협감을 주기도 했다

1256m의 청옥산 정상

이곳은 넓은 터 육백마지기

입구에 육백마지기 카페 간판이 있었고 입구 쪽에는 인위적으로 가꾸어 놓은 공원이 겨울잠에서 깨려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공원 앞쪽에 잡초 공적비가 커다랗게 있었는데 잡초 공적비라는 생소한 단어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구나 이곳의 원 주인은 잡초였을 터이니 그 자리를 빼앗은 인간의 이기가 미안했나?

공적비 옆쪽 위로 비닐하우스가 여러 동이 있었고 아직은 겨울잠 중인지 풋풋함이 없었다

정상에 설치한 난간에는 수호랑 반다비가 반기는 옆으로 빨간 하트가 사랑을 담아보라 부르고 있었으며 나무 난간을 한참 내려가니 아주 작은 교회가 있었다

작은 교회는 뾰족탑을 올려놓고 기도하고 가라는데 들어가 보니 작은 간이탁자 한 개와 마주 보는 양쪽으로 나무의자 한 개씩이 전부인 미니어처 같은 교회 모형이었다

넓은 육백마지기의 터에 하얀 교회와 무지개 의자 움직임을 잡아놓은 그네 저 위쪽으로 보이는 하트 그리고 나무계단은 푸른 하늘과 우람하게 돌고 있는 풍력발전기들의 줄 서기에 넋을 잃고 풍경에 푹 빠져 버렸다

감상도 잠시 마지막 위쪽의 정자에 가보기 위해 올라오다 보니 넓은 터에 할머니들이 허리를 굽히고 풀을 뽑고 계셨는데 실려오는 풀들은 이곳의 진짜 주인 잡초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잡초라 뽑힌 들풀들이  너무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은 왜일까

맨 위쪽의 정자에 가보니 바로 옆에서 돌고 있는 아름드리 풍력발전기가 있어 올려다보니 그 크기가 생각보다 어마어마했고 정자 부근의 터에는 봄꽃들이 예쁨을 뽐내며 육백마지기의 일원임을 자랑하고 있었다.

평창 청옥산 1256m 정상의  육백마지기

올라오는 길도  내려가는 길도 초 긴장해야 하는 이터를 바라보며 삶을 위해 이 꼭대기에 밭을 이루고 살아야 했던 애환도 함께 겹쳐 왔다

하지만 여행자의 육백마지기 여행은 봄날의 푸른 하늘과 화창한 날씨까지 환영해 준 멋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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