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기다릴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명화 Jun 02. 2021

2년여 전

화분의 파인애플 꽃이 피더니

작은 열매 앙증맞게 보여 주었지

가을이 깊어 서늘바람 불어오자

주먹만큼 자라 노랗게 옷 갈아입고

지탱하는 몸 너무 버겁다며

오랜 날 정성에 보답한다기에

식구들 둘러앉아 기대? 했었지

새콤한 그 맛에 웃음바다 되고


열매 위 잘라 놓은 묶은 초록 머리

작은 병에 물 담아 올려놓았지

작은 병 물속에서 요술 부렸나 봐

하얀 실 주렁주렁 달려 내렸어

좋아하는 물 가득 채운 기다란 병에

잘 살아 보라고 이사시켰는데

병 바닥에 뿌리가 다 닿았다며

이제는 흙을 딛고 살아보고 싶다네

큰 화분에 이사시키면

또다시 새콤달콤 파인애플 선물해 줄까?


삶이란 단어를 붙여 봤어

쓰레기라 버려졌던 이파리도

살펴주니 저리 잘 자라는 자연의 숨

생명의 줄 위에 춤추는 여린 삶들

작은 불씨 하나라도 꺼지지 않게

돌아보고 살펴보고 다독여 보고

가다 보면 분명 좋은 날 오리니ㆍㆍ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