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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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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Jun 03. 2021

태백산 등정기

태백산은 그 이름을 접할 기회가 많아 친밀한 산이 되어 있었다

강원도 시댁을 오갈 때마다 늘 그 곁을 지나면서 마주했었고 생전에 아버님께서 팔순에도 아들 며느리에 손자까지 대동하시고 천재단에 오르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볍게 오를 수 있다는 지레짐작을 하며 더더욱 꼭 올라보아야 할 산이 되어 있었다

올해는 태백산 철쭉꽃을 보러 가야 한다고 벼르던 짝꿍은 두 주 연기되어 더 늦으면 안 된다며 드디어 행동 개시 6월 1일

새벽 5시 40분 출발하였다

20분쯤 갔을 때 비가 쏟아졌지만 강원도에는 하루 종일 흐림이라는 일기예보를  믿고 계속 전진하였는데 강원도 깊숙이 들어가자  비가 그치고  등산하기 좋은 날씨가 되었다

 가다가 준비해 간 김밥 두 줄로 아침식사를 했는데 좀 많은 것 같아 6쪽을 남겨 혹시 정상에서 간식 삼아 먹기로 하고 나의 꼬마 배낭에 물 한 병과 넣어 두었다

9시쯤 유일사 주차장에 도착하여 출발하였다

태백산에 오르는 입구에 천재단 4.0k라는 푯말을 보고 뭐 새벽 운동길에 걷는 거리와 비슷하다고 생각이 되었고 또 어느 분이 등정기에 처음에만 좀 오르고 아주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는 왕복 3시간 정도라고 했으며 아버님도 팔순에 한복에 고무신 신으시고 오르실 정도라니 가볍게 오를 수 있겠구나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태백산은 처음부터 오르막이 심상치 않았다

그 오르막은 계속되었으나 가면서 만나는 살아있는 주목과 죽어서도 멋진 모습으로 살아있는 주목 감상에 빠져 힘든 즐 모르고 오르고 있었다

태백산은 태초부터 주목 군락지였나 보다

수많은 아름드리 주목의 고사목과 엄청난 둘레를 자랑하는 주목이 자리 잡고 주인임을 나타내고 있어 주목을 컷에 담고 감탄하느라 걸음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다가 가끔씩 얼마를 더 가야 하는지 알림 푯말과 쉬어 갈 수 있는 쉼터가 있어 잠시 쉬며 다시 힘을 충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반도 안 올랐는데 두병의 물 중 벌써 한 병을 마셨고 짝꿍의 가방 속 초코렡도 두 개씩이나 먹어 버릴 만큼 산행은 녹녹하지 않았다

얼마나 갔을까 100미터 아래쪽에 유일사가 있었고 우리가 오르려는 천재단은 1.7k가 남아 있다는 푯말을 보며 엄청나게 올라왔는데 아직도 오르막이 멀구나 라는 걱정도 되었지만 어쩌랴 올라가야지

푯말을 지나자 멧돼지 출몰로 멧돼지를 만났을 때 행동 요령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었으며 그곳을 지나자 오르막의 길이 돌길로 변했고 그 험함이 지금껏 과는 차원이 달랐다

돌길을 걸으며 우리가 기대했던 태백산 철쭉을 만날 수 있어서 힘은 들었지만 연분홍 맑은 철쭉꽃의 아름다운  자태에 탄성을 지르며 오르다 보면 멋진 주목에 감탄하고 철쭉꽃과 주목의 멋진 자태는 우리의 힘든 등반길을 까맣게 잊게 해 주었다

이제는 너무 힘들다고 느낄 때쯤 하늘이 훤히 보이는 넓은 터를 만나 그곳의 고사목이 된 주목을 감상한 후 조금 더 오르니 천재단과 장군봉이 있었다

이 첫 번째 천재단은 큰 돌로 둘레와 계단 또 단을 만들고 천재 단상에는 세 개의 긴 돌이 세로로 세워져 있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장군봉이라는 돌비가 세워져 있었으나 주변을 가꾸지는 않아 보였다

그곳의 푯말에 또 하나의 천재단을 가리키고 있기에 300미터 떨어진 또 다른 천재단으로 가는 길은 정말 아름다워서 지금껏의 고생을 보상해 주는 것 같았다

철쭉이 핀 능선에서 돌아보면 수많은 산들이 굽이치며 그림처럼 펼쳐있고 어우러진 자연의 색채가 멋졌다

이곳의 천재단은 작고 넙적한 돌을 쌓아 좀 더 정성스럽게 만들어져 있었고 단상에는 단군을 높여 부르는 한배검이라는 글이 쓰여 있었으며 이곳의 주변을 가꾸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천재단 옆에는 태백산의 돌비가 우뚝 세워져 있어 이곳이 태백산 정상임을 알리고 있었으며 천재단 옆의 바닥에는 샛노란 민들레가 예쁘게 피어 저 너머의 산들을 내려다보며 더 높은 곳에 피었다고 우쭐대는 것 같은 생각에 쿡 혼자 웃음이 났다

3시간 왕복으로 계획하고 오르기 시작했는데 이곳에 오르니 벌써 3시간이 지나 간식으로 먹기로 한 김밥 몇 조각과 사과 한 개가 우리의 점심이 되어 주었다

내려오는 길은 오를 때 쏟아낸 힘에 피로감이 올라 조심조심 내려오는 데도 다리가 꺾일 것 같다는 느낌에 초 긴장을 하고 바닥을 응시하며 내려올 수밖에 없어서 를 때는 자연의 풍경에 매료되었는데 내려올 때는 가끔씩 멈추어 서서 다시금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태백산을 내려와 보니 왕복 5시간이 소요되었으며 1567m의 명산을 어처구니없게도 너무 쉽게 생각했었다는 자책과 하지만 그러기에 쉽게 도전할 수 있었고  난생처음 대하는 그 멋진 주목의 군락을 볼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다녀와서 오늘에야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도 다리가 아파 일어서기가 힘들어 끙끙 소리가 절로 나지만 태백산에서의 하루는 정말 멋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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