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그루 대추나무는 작은 알 대추를 주렁주렁달아놓고 바람이 불면 우수수, 새벽 참에도 우수수, 그 밑을 지나도 우수수 내린다
대추나무 잎이랑 말라버린 대추가 잘도 떨어져관리원 아저씨 비로 쓸고 쓸고 쓸고
대추나무 밑 비질 소리 너무 잦아진 아침
계속 말라 떨어져 버려지는 아까운 저 대추도 수확하고 아저씨들도 도와 드려야겠다며대추나무 밑으로 나와보니 역시다
관리원 아저씨 두 분을 방문하여 오늘 비가 내리면 떨어진 대추 또 다 버려야 하고 아저씨들 비질도 좀 쉬엄쉬엄 하시게 대추 수확해버리자는 부탁에 깜짝 반가워하시며 장대랑 사다리를 가져오셨다
대추가 머리 위로 우두둑 떨어진다
대추에 맞으면 아프실 건데 ㅡ라시며 열심히 장대질을 하시면 한쪽에선 비로 쓸어 모으고
모아진 대추잎 걷어내고 대추를 모은다
떨어지는 대추에 온 몸 얻어맞으면서도 떨어지며 외치는 우두둑 소리가 경쾌하다
대추를 모아보니 추수의 기쁨이 오는데
관리인 아저씨 하시는 말씀
'아이고 요즘 이 대추나무 밑은 쓸고 돌아서 가다 보면 또 쓸어야 하고 너무 힘들었는데 잘하셨어요'라며 기뻐하신다
그래서 대추를 다 따버리자 한 건데 대추가 너무 잘아서 걱정을 하고 있는 내게
' 이 대추는 약대추예요 요즘 이런 대추 살라해도 없어서 못 사요 말려 두었다 겨울에 끓여 차로 드시면 좋아요' 라신다
뒷정리를 마치고 대추를 나눠드리려 하자 두 분 다 손사래를 치시며 사다리랑 장대를 챙겨 근무처로 가셨다
대추를 챙겨 대추나무 가까이 사는 세대에 나누어 드리고 지나가시던 할머니께도 주머니 가득 넣어 드리고 지나다 들여다보는 아저씨께는 드셔보라고 개중에 크고 깨끗한 대추를 골라 손가득 드리고 어르신 모시는 11층 집에도 그릇 가져오라 해서 듬뿍 나누어 주고 집에 가져와 깨끗이 씻고 상한 건 골라낸 후 말리고 있다
해님이 잠자고 계셔서 상할까 봐 전기방석 두 개를 붙여 그 위에 널어 두었는데 거실 가득 달콤한 대추 향이 가득하다
그냥 두었으면 밟히고 쓸어 쓰레기 통으로 들어갔을 것인데 대추들이 인사를 한다
그저 왔다 쓸모없이 버려지지 않게 해 주어 고맙다며
오늘 아침
화단가 비질 소리가 뜸하다
아! 아저씨가 좀 편해지셨겠구나
빨갛게 거실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대추를 바라보며 세상사 퍼즐판 행복의 작은 조각하나 가만히 끼워 넣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