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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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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Oct 25. 2021

멋스러운 고창읍 성루 길

느긋하게 출발한 목포를 향해 가는 길

고창읍성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중간 휴게소에 들러 쉬어가며 점심식사도 했기 때문에 4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1시경에 고창읍성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읍성을 향해가는 길가는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했던 소나무 가로수가 특별한 운치를 더하고 있었다

조금 걸어 들어가 읍성 입장 매표소가 있는데 세월을 이고 보니 그냥 들어가라 한다

매표소 앞을 지나 바라보이는 고창읍성은 그 외형부터가 멋스럽다

성루로 오르기 위해 용무늬의 화려한 대북을 설치해둔 아름다운 단청의 공북루를 지나 성루에 오르기 시작했다

앗! 경사가 가파르다

갑자기 앗질 하고 다리가 간질거린다

짝꿍은 힘들겠으면 내려갈까? 라는데

존심이 있지

여길 왜 왔는데ㅡ

조심조심 경사를 오르니 좀 평평한 성루 길이지만 성의 높이가 3~4m는 족히 되어 보여서 여전히 조심하지 않으면 실족할 수도 있겠다 싶은데 아니나 다를까 군데군데 성루 추락주의 안내가 서 있었다

성루에서 고창 읍내를 내려다보는 재미도 쏠쏠하게 걷다 보니 굴곡진 성의 멋스러운 모습이 나타났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둥글게 휘어져 나와있고 군데군데 밖을 내다보며 총이나 화살을 쏠 수 있는 구멍이 나 있었다

또한 그 안쪽으로는 등용루 라는 망루가 있었고 으로 들어가자 온 벽이 창문으로 되어 있으며 창문을 통해 밖의 전망을 볼 수 있었다

망루를 돌아보며 적을 막기 위한 읍성이 아니라 미를 창조하기 위한 성과 망루가 아닌지 깜빡 혼동을 일으킬 정도로 아름다웠다

등용루를 나와 걷다 만난 숲속 낙락장송의 자태에 푹 빠져 버렸다

오랜 세월 먹은 멋스러운 소나무에 반하다니

비스듬히 휘어진 자태에 거북등처럼 각진 등껍질은 뉘라서 저리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오직 자연만이 창조해 낼 수 있기에 그 아름다움이 내 맘속에 더 깊숙이 들어와 앉았다

하지만 발걸음은 옮겨야 하는 것을

다시 걷기를 한동안 하자 또다시 둥글게 휘돌아 나오는 성과 망루가 나타났다

휘돌아 나오 성을 따라 들어가 보고 그 안에서 바라보는 망루에는 현판에 진서루라 쓰여 있었다

진서루? 진의 서쪽에 있는 망루란 뜻인가?

혼잣말을 되뇌며 이렇게 아름다운 진지를 설계하고 감독한 이는 도대체 누구인지 모르는 나의 무지에 부끄러워 돌아가 공부 좀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망루를 돌아 나온다 다시 긴 성루 길을 걸으며 다른 가족들과 서로 안전하게 길을 비키며 다시 한번 높은 성루의 길에서 저 아래를 내려다보니 다시 앗질 하다

내림 계단이 시작되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난간도 없는 높은 높이의 성곽 위에서 아래쪽으로 내려오는 경사 또한 급경사다

조심조심 한 계단 한 계단 내려오며 40여분 동안의 오늘 고창읍성 성루 길은 아마도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될 것 같다

이처럼 아름다운 성이 또 있을까

멋스럽고 높은 성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성의 위에 올라 그 길을 걸었으니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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