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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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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Nov 15. 2021

윤선도의 보길도에 가다

땅끝 여객선 선착장에서 보길도행 배에 올라 보길도를 향한다

코로나로 인함인지 배안은 썰렁하다

2층 승객실에 올라가니 우리뿐이다

이 큰 배가 40여분을 달리는데 차가 총 4대

트럭 한 대 포함 승객은 5~6명이어서 운영이 얼마나 어려울까 걱정이 된다

노화도 산양 선착장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보길도로 가는데?

보길도로 바로 갈 수도 있겠지만 완도군의 깊은 뜻이 있어 노화도를 통과하게 한건 아닐까?

노화도를 통과해서 보길도로 가는 길에 보니

노화도는 농사지을 땅이 넓어서 어느 지점에 살면 섬이라기보다 육지로 알고 살 수도 있겠다 싶다 

노화도의 이곳저곳을 살펴보며 꽤 한참을 달려 노화도와 보길도를 잇는 보길대교를 건너자 보길도에 도착

보길도의 거리를 달려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보길도 윤선도 원림에 입장하여 윤선도의 작품세계를 감상하며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어부사시사의 내용의 설명도 살펴보고 보길도와 윤선도의 만남도 알게 되었다

조선 중기 시인 고산 윤선도는 병자호란 때 왕의 항복 소식을 듣고 울분을 참지 못하여 모든 걸 내려놓고 제주로 향하던 중 풍랑을 만나 잠시 피신한 보길도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보길도에 머물게 되었다 한다

윤선도 원림을 나와 연정을 향하다 동백 숲을 보게 되었는데 동백나무의 키와 우거짐이 놀라웠다

그러고 보니 부근에는 동백나무가  유난히 많았는데 혹시 윤선도가 동백을 좋아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연정으로 들어가는 길이 깊어질수록 인위적으로 보이는 연못의 이어짐이 놀라운 것은 그 안에 엄청난 크기의 바위들이 있었는데 아마도 옮겨오기는 힘들었을 것 같고 연못을 만들 때 그 안에 있던 바위 주변을 파내는 방법이었을 듯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거대 바위와 연못의 어우러짐이 놀랄 만큼 멋스러웠다

좀 더 들어가니 이어지는 연못이 둥근 모습으로 나타났고 그 안쪽에 세연정이 그 자태를 드러내 주었다

연못을 삥 돌며 여러 각으로 바라본 세연정은 아름드리나무들과 함께 어느 곳에서 보아도

 그 정경이 너무 아름다워 윤선도의 시상이 이곳을 통해 무한하지 않았을까?

연못을 배경으로 거대 바위가 많았는데 그중 사투 암은 안내글에 의하면 이 사투 암을 발판 삼아 옥소대의 바위를 향해 활 쏘기를 하였다고

옥소대 까지는 거리가 꽤 있는데 윤선도의 힘이 대단했을 것 같다

윤선도가 활시위를 당기며 목표물로 삼았다는 옥소대에 오르기로 했다

산길을 한참 올라가다 보니 커다란 바위가 지는 해를 받으며 빛나고 있었고 그 옆으로 바위에 오르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엄청난 바위 밑에 네모진 구멍이 있었다

작은 나는 허리를 살짝 굽히고 키 큰 짝꿍은 허리를 반이나 굽히고 통과하여 다시 더 오르니

드디어 옥소대

아까 보고 올라온 그 바위의 꼭대기인 듯한데 신기한 것은 바위의 한 곳이 작은 연못 되어 물이 고여 있었고 또 바위 위에 푸른 소나무 한 그루가 푸르름을 뽐내고 있었다

옥소대에 앉아 세연정을 바라보며 윤선도가 쏜 활이 시위를 떠나 날아오는 듯하다

옥소대를 내려와 동척석실을 향했다

시간이 오후 4시를 넘어가고 있었는데 길가에 주차를 하고 숲 속 길로 들어가니 그 숲 또한 우거진 동백길이었는데 동백이 우거져 빛을 차단하여 컴컴했다

좀 으슥해서 산 중턱에 있는 동척석실까지 다녀오려면 아주 어두위질것 같아 가슴 조이며 걸어가는데 이 글귀가 이리 반가울 줄이야

ㅡ코로나로 인하여 동척석실을 향한 입산을 금지합니다ㅡ라고

얼른 돌아 나와 길가에서 한 컷을 담았다

보길도에 또 하나 유적을 찾아 나섰다

바닷가 바위에 우암 송시열의 글이 있다는 것

돌아갈 뱃시간을 염두에 두고 차를 주차 후

화살표의 안내를 따라 돌을 깔아 울퉁불퉁한

길을 정신없이 뛰었다

숨이 턱에 차 헉헉 댈 즈음 우리는 바닷가 바위에 송시열 암각시문을 만났다

바다를 보고 마주 선 아주 커다란  바위 산

다 지워지고 깎여 거뭇거뭇한 표식만 남은 이것이 송시열 시문이라니 숨 가쁘게 달려온 보답인가 싶다

어찌하랴

그래도 보길도 바위 우암 송시열의 시문을 보았다는데 의미를 두어야 할까 보다

이제 타고 나갈 뱃시간을 계산하니 보길도의 삶이 보인다

바다에 내려진 어구들과 넓게 펼쳐진 양식장, 바다에 나갔다가 항구로 돌아오는 힘찬 ,

바닷가 넓은 모래밭을 자랑하는 해수욕장,

그리고 동네 집들을 바라보며 보길도를 빠져나와 노화도 산양 선착장으로 향했다

보길도 여행은 많은 생각을 가져오게 했다

예나 지금이나 나라 위한 충신이란?ㆍㆍ 


우암 송시열

1월의 추운 날씨에 제주도 귀향길 풍랑을 만나 잠시 이곳에 피하며 쓴 시라는데

풀이를 찾아 올려본다


여든셋 늙은이의 몸은 거칠고

푸른 바다 가운데 지나 만리길 가노라

한 마디 말이 어찌 큰 죄가 되어

세 번이나 쫓겨나니 신세가 궁하구나

대궐에 계신 님을 속절없이 그리워하며

남녘바다 순풍만 믿는다

초구에는 옛 은혜 서려있어

청정으로 외로이 눈물 흘리네 ㅡ라고


ㅡ초구(담비 모피로 만든 저고리로 효종이 송시열에게 하사한 겨울 방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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