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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바람 붓

배추 속에 담겨온 정

by 한명화

우체국 택배 문자가 왔다

보낸 이와 받는 이가 며느리네

지난 토요일에 다녀간 며느리가 왠 걸 보냈지?

갸우뚱하는데 걸려온 전화는

ㅡ어머니!

저희 어머니가 배추를 보내셨다고 하셔요

쌈 싸 드시라고

소포 물품을 배달하였습니다

비대면이라 문 앞에 두고 간다는 문자에 현관을 열어보니 빙그레 웃고 있는 커다란 박스 ㅡ

낑낑대며 들여와 열어보니

우ㅡ와

노오란 속배추가 박스 가득 웃고 있다

이걸 다 어쩌지?

김치를 담을까?

아냐 이건 쌈 싸 먹어야 제맛이지

그래서 찾아본 인터넷 선생님 말씀

신문지에 싸서 세워 두라고

그러면 오래 보관할 수 있다고ㅡ

한 포기 한 포기 신문에 싸서 박스 안에 차례차례 세워주고는 작은 배추는 남겨 냉장고 서랍에 넣어 두었다

배추 정리한 후 드린 전화 긴ㅡ신호음

바쁘신 것 같아 끊었는데 잠시 후 걸려온 사돈의 전화ㅡ

배추 속이 달고 맛있어서 쌈 싸 드시라고 보냈다시며 별건 아니지만 맛있게 드시라 하시는 말씀에 따뜻한 깊은 마음 전해 온다

사돈!

갈무리 잘해서 아주 맛있게 잘 먹을게요

울 이쁜 며느리 이쁜 마음이 어머니를 꼭 닮았구나

한 포기 한 포기 신문 옷 입혀 상자에 담아 세워둔 배추 바라보며 마음 가득 스멀스멀 가득 차 오른다

아주 따뜻한 정이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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