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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붓
배추 속에 담겨온 정
by
한명화
Dec 11. 2021
우체국 택배 문자가 왔다
보낸 이와 받는 이가 며느리네
지난 토요일에 다녀간 며느리가 왠 걸 보냈지?
갸우뚱하는데 걸려온 전화는
ㅡ어머니!
저희 어머니가 배추를 보내셨다고 하셔요
쌈 싸 드시라고
소포 물품을 배달하였습니다
비대면이라 문 앞에 두고 간다는 문자에 현관을 열어보니 빙그레 웃고 있는 커다란 박스 ㅡ
낑낑대며 들여와 열어보니
우ㅡ와
노오란 속배추가 박스 가득 웃고 있다
이걸 다 어쩌지?
김치를 담을까?
아냐 이건 쌈 싸 먹어야 제맛이지
그래서 찾아본 인터넷 선생님 말씀
신문지에 싸서 세워 두라고
그러면 오래 보관할 수 있다고ㅡ
한 포기 한 포기 신문에 싸서 박스 안에 차례차례 세워주고는 작은 배추는 남겨 냉장고 서랍에 넣어 두었다
배추 정리한 후
드린
전화
긴ㅡ신호음
바쁘신 것 같아 끊었는데 잠시 후 걸려온 사돈의 전화ㅡ
배추 속이 달고 맛있어서 쌈 싸 드시라고 보냈다시며 별건 아니지만 맛있게 드시라 하시는 말씀에 따뜻한 깊은 마음 전해 온다
사돈!
갈무리 잘해서 아주 맛있게 잘 먹을게요
울 이쁜 며느리 이쁜 마음이 어머니를 꼭 닮았구나
한 포기 한 포기 신문 옷 입혀 상자에 담아 세워둔 배추 바라보며 마음 가득 스멀스멀 가득 차 오른다
아주 따뜻한 정이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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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화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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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안부
저자
삶의 날들에 만난 너무도 좋은 인연들의 사랑에 늘ㅡ감사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아직도 마음은 소녀랍니다 은빛 머릿결 쓸어 올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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