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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그 모습처럼

by 한명화

이른 새벽 찬 겨울

영하의 기온이지만

단디 차려입고 숨길을 나선다

이 추운 겨울에 새벽을 맞으며 한다는 소리가 '뭐 대수롭지 않네' 란다

행여 감기라도 걸리면 절대 안 되기에

따뜻한 티셔츠에 솜 누빈 바지, 모자까지 푹 눌러쓰는 방한복을 또 입고 두꺼운 양말에 운동화 거기에 장갑까지 찬 바람이 들어설 곳 완벽 차단하고 나섰다

완전 무장으로 한참을 걸으니 땀이 솟아난다

춥다더니 별거 아니라는 생각에 긴 꼬리 달려 나오며 너무도 추웠던 날들이 따라온다

어린 시절 겨울은 너무 추웠었다

얇은 골덴의 홑겹 상하의에 언니들 입던 내려받은 떨어져 기운 내의, 얇은 검정고무신에 기운 양말은 언 땅을 그대로 밟는 듯 발이 시렸고 얇은 옷을 비웃듯 찬바람은 온몸을 훑고 다녔었다

2km가 넘는 길을 걸어야 갈 수 있는 국민학교는

바람막이조차 없는 논둑길을 1km는 더 걸어야 했는데 겨울바람은 너무도 냉정해서 동네 아이들은 그 길을 지나며 너무 추워 훌쩍훌쩍 울면서도 영차 영차를 외치며 결석하지 않고 모두 열심히도 다녔었다

매서운 칼바람에 어린 살결은 찢기고 가끔씩 뻘건 피가 두 뺨과 손등, 발등을 색칠하기도 하는 춥고 모진 겨울나기를 했었다

매서운 추위의 새벽

꽁꽁 싸맨 따뜻한 옷 이불속에서 스멀거리는 땀에 젖으며 숨길을 걷는데 율동 호수공원의 가로등 빛이 오늘따라 유난히 긴 불기둥을 차거운 물속에 세우 두었다

차거운 물속 긴 불기둥 행여 가로등 걱정할라 괜찮은 척 무심히 바라보며 서 있다

추위에 떨며 그래도 엄마 아빠 걱정하실라 괜찮은 척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인사하고 대문을 나서던 그 어린아이 모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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