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바람 붓

긴 머리 빗질하며

by 한명화

따뜻한 봄날의 개천가 버드나무

봄바람이 부르는 부드러운 노래에

겨우내 메말랐던 긴 머리

살랑살랑 박자 따라 춤을 추다가

가만가만 연록의 빛 꺼내 놓더니

가지마다 살며시 실눈 뜨고서

님 마중 몸단장 행여 늦을라

맑은 개울물 거울 속에

긴 머리 풀어헤치고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얼마나 더 길었을까

봄 빛은 얼마나 곱게 입었을까

까만 머리 동백기름 단장하던

옛 여인의 수줍음처럼

연둣빛 긴 머리 내려다보며

올 한 해 부푼 꿈 그려보고 있다

푸르름 가득한 멋진 날들

행복의 빛깔로 색칠하겠다며

조심스레 긴 머리 빗질하고 있다

수줍은 미소 가득 채우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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