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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Jul 08. 2022

옥수수 익는 냄새에

몇 년 전부터 동해에 사시는 사촌 시누이께서

이맘때가 되면 커다란 상자를 하나 보내신다

오늘처럼 옥수수만 들어 있을 때도 있고

여러 가지 농산물들을 담아 보내신다

이제는 사촌 시누이도 백발이 실 터인데 작은 밭에 씨 뿌려 정성으로 기르신 농산물을 이렇게 보내 주셔서 감사하게도 맛있게 먹고 있다

오늘도 벨이 울리고 나가보니 문밖에 커다란 박스 하나

짝꿍이 안고 들어오시며

어? 누이가 보내셨네

옥수수인가 봐ㅡ라신다

스를 열고 보니 옥수수가 한가득

이 귀한걸 이리 보내 주시면 염치없이 잘 먹겠지만 이렇게 가꾸시기까지 얼마나 힘드셨을지 생각에 너무 귀하다

먼저 사진을 찍어 잘 받았다고,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보낸 후 옥수수를 까기 시작한다

옥수수는 속 껍질 한 겹을 남기고 삶아야 촉촉한 맛이 오래 유지되기에 속껍질을 남기려 조심조심 껍질을 벗기며 수염도 걷어내고 하나, 둘, 셋, 넷 열심히 껍질을 벗기며 이 옥수수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정성과 사랑을 담았을지 마음이 뻐근하다

껍질 깐 옥수수가 큰 그릇 가득

이제는 잘 삶아야 할 때

이런 때를 위해서 잘 간직하고 있는 커다란 양은솥에 물을 반쯤 채우고 거기에 소금을 한 줌 고는 잘 저어 준 후 옥수수를 차곡차곡 잘 쌓아서 불위에 올렸다

시간이 지나며 솥 안에서 끓는 소리가 요란해지고 옥수수 익는 달콤한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옥수수 삶아서 식힌 후에 두어 개씩 나누어 비닐봉지 집 지어주고 냉동실에 잘 얼려 생각날 때마다 꺼내어 전자랜지 수고시키면서 두고두고 먹어야지

옥수수 먹을 때마다 감사하며 먹어야지

한 톨도 버리지 않고 맛있게 먹어야지

몇 개는 들고나가 나눔도 하고ㅡㅎ

이번에는 무얼사서 보내 드릴까?

올여름 잘 보내시라 잘 선택해야지

옥수수 익는 냄새에 그려지는 그림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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