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바람 붓

뭐야! 벌써?

by 한명화

갑자기 동장군을 모셔왔나

느닷없이 찾아온 칼바람에

깊숙이 잠자던 패딩 걸쳐 입고

털모자도 푹 눌러쓰고는

산행은 포기하고

동네 공원 산길을 돌아

따뜻한 햇살길을 따라 걷는다


분당천은 아직 물길 맑은데

물가 드문드문 살얼음 보이고

힘센 칼바람도 패딩은 못 뚫지

두 뺨은 알싸한데 땀이 나지만

박스교 밑은 칼바람 지나는 길

옷깃 여미며 들어 서니

동장군 하얀 수염 위엄 떨치며

내가 여기 왔노라 힘찬 외침


12월 초입인데

동장군 님 벌써 오셨네

하얀 그 수염 너무 빨라요

동장군 큰소리로 외친다

12월은 겨울이란 걸 모르느냐고

하지만

흰 수염 너무 자랑 마세요

내일 오후 햇살이 가까이 오면

면도기 들고 올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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