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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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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Dec 14. 2022

교회의 씨앗

남한산성 천주교 성지에 가 보았다

먼저 순교자 현양비를 찾았는데 입구에 돌비가 발길을 막았다

내려다보니 교회의 씨앗이라고 쓰여있었다

멍ㅡㅡㅡ

순교의 역사가 떠오른다

그러네

끝까지 신앙을 위해 피 흘리며 죽어간 수많은  순교자들이 교회의 씨앗이 는구나

경건해지는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가

현양비를 올려다보았다

찬양의 소리들이 멀리서 들려오는 듯하다

현양비에는 순교자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어 천천히 그 이름들을 들여다보다 순교의 형장에서 피 흘려가며 숨이 끊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배교를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울컥해졌다

짝꿍의 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발길을 돌리시오

그 옆에는 순교자를 끓어 안고 애통해하는 형상이 있었고 그 밑 녹색의 판에는

   ㅡ 남한산성 피에타ㅡ

1801년 신유박해 때  한 덕운 토마스는 위험을 무릅쓰고 교우들의 시신을 수습하여 장례를 치러준일로 그 또한 참수형을 받았다는 역사적 사실과

우리는 타인에 대한 책임을 지니고 있습니다

순교자를 기억하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ㅡ라는 질문을 하고 있었다

수많은 날들 동안 까맣게 잊고 살았던 수많은 선각자들의 목숨과 바꾸었던 우리의 과거사가 물밀듯 달려오는 듯했다

발걸음이 무거워져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작은 길을 사이에 두고 순례자의 집 앞에 세워진 어머니 말씀 동상 앞에 섰는데 성서를 손에 들고 읽고 있는 그 표정이 인자하면서도 또 결연해 보였다

등에 업힌 아가의 맑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 눈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라며 왜인지 밝지 못한 미소를 짓는다

이제는 안으로 들어가려 대문 앞에 섰는데 아뿔싸! 월요일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안내문에

월요일은 쉽니다

ㅡ화요일에서 주일까지 순례지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ㅡ라고

안타까운 마음에 대문을 한 컷 담고는 지붕 위에 있는 십자가에 촛점을 맞추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촛점을 맞추고 셔터를 누르려는데 구름으로 덮였던 하늘이 십자가 주위로만 밝은 빛이 비치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랍고 가슴이 뛰었다

이런 일이ㅡ

감사한 마음으로 셔터를 눌렀다

한번 더 위치를 바꾸어 찍어보기 위해 장소를 옮겨 점을 맞추니 언제였느냐는 듯 시침 딱 떼고는 하늘은 다시 구름 옷 입고 있다

사진을 본 짝꿍도 깜짝 놀란다

언제 이런 빛이 있었느냐고ㅡ

대문을 닫은 월요일의 순교지는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지만 가슴 가득 얼얼한 감동과 그보다 더 큰 아픔으로 가슴을 쓸어 내리며 교회의 씨앗을 제대로 느끼고 온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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